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려도 괜찮다

열 편의 문장을 읽은 당신에게 건네는 마지막 한 문장

by 황준선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지난 아홉 편 동안, 우리는 섬세함과 만남과 이별, 후회와 새 시작, 일상의 발견과 그리움, 외로움과 돌아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연휴 전부터 연휴가 끝난 뒤까지, 한 문장씩 곁에 두면서, 그래서 이 모든 이야기 끝에 무엇이 남을까. 마지막 편에서는 가장 단순한 이야기를 한다. 흔들려도 괜찮다는 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의 자취

이 문장을 쓴 시인은, 삶 자체가 흔들림이었던 사람이다.

도종환, 1954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났다. 집이 가난해서 화가를 꿈꾸었지만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 국가가 등록금을 대주는 국립 사범대를 선택했다.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되었다.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그 이듬해, 첫 번째 흔들림이 왔다. 1985년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결혼 2년, 아들 셋 살, 딸 넉 달. 죽음을 앞둔 아내 곁에서 쓴 시들을 모아 1986년 시집 <접시꽃 당신>을 펴냈다. 이 시집은 300만 부 가까이 팔리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집이 되었다.


두 번째 흔들림.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장으로 활동하다 해직되고, 투옥되었다. 교사에서 해직자가 되고, 해직자에서 수감자가 되었다. 10년 만인 1998년 충북 진천의 중학교로 복직했지만, 2004년 교직을 떠났다. 그 사이에도 그는 시를 썼다. 아내를 잃고, 해직되고, 감옥에 갔다 온 사람이 쓴 문장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시는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에 적히며 거리에서도 읽혔다. 도종환은 이후 정지용문학상, 백석문학상, 윤동주상 등을 수상했고, 2012년 국회의원,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다. 시인에서 교사로, 교사에서 해직자로, 다시 교사로, 그리고 정치인으로... 그의 삶 자체가 흔들리며 피어난 꽃이었다.


도종환은 자전 에세이에서 이렇게 썼다.

"나라고 왜 흔들리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이 세상 모든 꽃들이 그러하듯 흔들리면서 꽃을 피우는 겁니다."


연휴가 끝나고, 우리는 흔들리고 있다

연휴가 끝나고 일상에 돌아온 지금, 우리는 괜찮지 않다.

명절에 들었던 한마디가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쉬는 동안 잠시 잊었던 불안이 다시 올라오기도 하고,

돌아온 일상이 생각보다 무겁기도 하다.


새해 다짐은 이미 흐려졌고,

연휴 전에 세웠던 계획은 시작도 못 했다.


나는 왜 이렇게 흔들리는 걸까.


이 시리즈의 마지막 문장이 바로 그 질문에 답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흔들리지 않고"가 아니라 "흔들리면서"

도종환의 시에서 핵심은 '흔들림'이 아니다.

'흔들리면서'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이 한 줄이 전부다.


흔들리는 것과 곧게 서는 것은 반대가 아니다.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다.


꽃은 바람에 흔들리면서 줄기를 세운다.

흔들림이 없으면 줄기가 단단해질 이유도 없다.


연휴 후의 불안, 흔들림, 두려움 — 이것이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다.

흔들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흔들리면서도 서 있는 것, 그것이 삶이다.

비에 젖은 꽃잎

젖지 않고 피는 꽃도 없다

시의 2연은 흔들림에서 한 걸음 더 나간다.

바람과 비에 젖으면서 꽃잎을 피운다고.

젖지 않고 가는 삶은 없다고.


달콤한 연휴 동안 서글픔이 났을 수도 있다.

부모님이 늙어가는 모습에,

오래된 친구와 달라진 거리에,

혼자인 밤의 무게에.


그 서글픔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젖어야 피는 꽃이 있다.

비에 젖은 꽃잎이 더 따뜻하다고 도종환은 썼다.

열 편의 문장을 읽는 동안, 우리는 명절을 지나고, 사람들을 만나고, 일상에 돌아왔다.

차가운 눈발은 어느새 따스한 햇빛으로 바뀌었고,

봄추위를 견디며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매화를 보았다는 이도 있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그 모든 흔들림에 대한 마지막 대답이다.


괜찮다.

흔들렸어도 괜찮다.

흔들리는 게 정상이다.


그 흔들림 안에서 우리는 이미 줄기를 세우고 있었다.

꽃은 아직 피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피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열 편의 문장이 남긴 것

1편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

2편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정현종)

3편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4편 — 괴로워하는 것보다 괴로움을 다스리는 공부를 해야 한다 (법륜)

5편 — 만남이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다 (신영복)

6편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나태주)

7편 —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피천득)

8편 —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9편 — 쉬운 길은 길이 아니야 (안도현)

10편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우리말로 적힌 이 문장들이 마음 한켠에 남아 있다면,

흔들리는 날에도 다시 돌아가 붙잡을 수 있는

작은 줄기 하나쯤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다음 연휴가 오면, 이 시리즈를 다시 펼쳐보자.

같은 문장도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그때의 당신은,

분명 지금의 당신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젖고, 흔들려도

각자의 속도와 각자의 모양으로, 그리고 각자의 계절에서

끝내 틔움에 다다르는 꽃들처럼.

들판에 여러 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