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대학은 명품과 같다.
[서울대] - [연, 고대] - [서, 성, 한] - [중, 경, 외, 시]로 이어지는 계급도처럼
[에르메스] - [디올, 샤넬] - [루이비통] - [구찌]로 이어지는 계급이 있다.
에르메스를 걸치는 사람을 봤을 때
"저 사람 능력이 좋나 봐"
"요즘은 에르메스도 별거 없지",
"가만 보자... 2021 F/W 인가? 아니네 2023 S/S 제품이네"
라는 반응을 보인다.
우리의 대학교도 똑같다.
서울대 나온 사람을 보며
"저 사람 능력 좋겠다",
"서울대 나온 사람은 공부만 잘했지, 막상 일해보면 별로야",
"지역 균형으로 온 거야, 수시야, 아님 정시야?"
라는 반응을 보인다.
"인서울(셀린느) 정도면 학교는 그만하면 됐고(창피하진 않을 정도고), 지방 국립대(토리버치) 면 애매하긴 한데... 인서울에서 못 뽑으면 나중에 고려해 보자(동네 마트용으론 나쁘지 않지)."
정확하게 비유가 맞아떨어진다.
(비유하고도 스스로 감탄 중 +_+)
명품 계급으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지 않듯
대학교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다.
단지 그 이미지를 얻기 위한 지불 또는 경쟁인 것이다.
우리가 좋은 대학교 간판을 얻기 위한 갈망과
명품을 원하는 욕망은 똑같다.
과거 고등학교 졸업생 중 20%만이 대학교를 가던 시절에는
대학교 간판이 주는 인상은 강력했다.
고졸자가 훨씬 많으니까
대졸자에 대한 환상을 심기 좋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30년 전 소수만이 명품을 구매할 수 있던 시절에는
명품이 주는 인상도 강력했다.
샤넬 가방 주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상당했던 시절이다.
(30년 전은 인천공항이 생기기 10년 전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좋고 나쁘고의 문제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대입을 고민하는 학생이나
그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 글과 같은 관점으로 대학교를 생각해 보면
내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는 해줄 수 있다.
한국 대학교는
더 이상 교양 있는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어떤 전공 또는 대학을 선택하든
그곳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배울 수 없다. 착각하지 말자.
명품백을 산 직후에는 애지중지 다루다가
얼마 가지 않아 침대에 던지게 되는 것처럼,
대학교 입학도 당시에는 큰일이지만
얼마 가지 않아 별일이 아니게 된다.
그러나, 이따금 비싼 가방을 들고 모임에 나가면
잠깐이나마 내 어깨가 올라가는 기분은 들 수 있다.
그 가방이 비싸면 비쌀수록 어깨는 조금 더 올라간다.
에르메스백을 사기 위해 월급을 모으는 게 나쁜 게 아니듯,
한 번쯤 그런 행위(학생에겐 공부가 되겠지)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명품백 없이도 잘 사는 사람이 수두룩한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