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내가 기억하니까
2023. 1. 19. (목)
"그런데 솔직히, 애들은 기억도 못할 텐데?"
결혼하기 전에, 친구들과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녀오는 여행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미혼이었던 나는 주변 지인들이 아직 유치원도 가지 않은 아이와 놀러 다니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산으로 바다로 아무리 놀러 가봐야, 아이는 기억하지도 못할 텐데 뭐 하러들 그렇게 놀러 가는지
그랬던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겨 육아휴직을 한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가 잠들면 '내일은 어디를 가볼까'하며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여행 장소를 열심히 찾고, 매일 여행을 가진 못해도 만 1살인 첫째가 문화센터에 가는 날이면 아내 대신 내가 같이 들어가거나 주변 동물원이나 수족관이라도 알아보곤 한다. 어차피 아이는 기억도 못할 거라고? 상관없다.
나와 아내는 오래도록 이 순간들을 간직할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첫째와의 여행은, 아이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추억으로서 소중한 것이다.
아이가 여행 속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하는 것들, 바다를 보고 동식물을 보며 세상에 대해 조금씩 배워가는 교육적인 측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설령 아이가 이 모든 기억을 다 잊어버리더라도 여행 중에 우리 가족이 함께 행복했던 순간들은 아내와 나를 통해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아이가 강릉에서 처음 바다를 보고 신기해하던 모습, 동물원에서 코끼리와 원숭이를 보고 눈썹을 추켜올리며 신기해하는 모습 등은, 아이가 나중에 기억을 못 해도 아내와 나를 통해 우리 가족의 추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고, 우리가 지금 함께 웃으며 행복하게 머물렀던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오늘 부모님 댁에 놀러 갔을 때 나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하며 나를 찬밥 취급했던 섭섭한 기억까지
태어나자마자 배고프다고 입을 뻐끔이던 첫째 꿀떡이가 벌써 만 2살이 가까워왔고, 곧 둘째 찰떡이가 태어나면 모르긴 몰라도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갈 것 같다. 점점 빨라지는 육아의 시간 속에 휴직이라는 소중한 기회가 다가온 만큼, 아내 그리고 두 아이와 많은 추억을 쌓으려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중에 이 모든 것을 잊어버린 아이들에게 말해줄 것이다.
나와 너희 엄마는, 예쁜 너희들과 함께 보냈던 그 시간들로 너무 행복했다고. 비록 너희들은 기억 못 하더라도, 부모인 우리는 이 모든 행복한 순간들을 절대 잊지 않고 마음 깊숙한 곳에 간직할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