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행 사진 에세이
파리에서 1년간 광고 프로덕션을 다니다가 한국으로 들어가 바로 일하게 된 회사에서 베니스 비엔날레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어 다시 베니스를 가게 되었었습니다. 여행과는 달리 출장으로 간 베니스는 사뭇 또 다르게 다가옵니다.
출장으로 참가한 프로젝트는 디지털 시대의 도래가 예술에 끼친 영향에 대해 다룬 작품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자 라는 콘셉트로 베니스 아르세날레 노드에서 1000평(3000㎡) 규모로 전시를 하는 프로젝트였는데요. 유럽 각국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하는 꽤 큰 전시 이벤트였습니다. 저는 메이킹 다큐멘터리 담당이라 공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전시까지의 순간을 다 담아야 해서 팀을 구성해서 24일 정도 베니스에 머물게 됐습니다.
사실 베니스는 3일만 있어도 모든 곳을 다 볼 수 있기에 24일의 베니스는 무척이나 고됐는데요. 아침에 바포레토(Vaporetto)라는 통통배를 타고 해 뜨는 거 보고 갔다가 저녁에 해지는 거 보며 퇴근을 반복하니 뭔가 은퇴한 노인의 시골 라이프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죠.
베니스 비엔날레가 개최되는 장소는 베니스 본섬의 가장 우측입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각각 공식적으로 각 나라의 파빌리온(관) 즉 한국관 파리관 등에서 그 나라 아티스트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 제가 참여했던 프로젝트는 그 외 파빌리온으로 참여를 했습니다. 각 나라의 파빌리온은 동쪽 하단부의 Arsenale della Biennale di Venezia근방에 다 모여있었고 제가 참여했던 그 외 프로젝트 파빌리온은 위의 지도의 빨간 마크가 있는 아르세날레 드 노드 지역에서 볼 수 있지요. 저의 프로젝트관 옆으로는 구글의 전시 등 다양 한 파빌리온들이 줄지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비엔날레 시기가 아니면 들어오는 사람이 많이 없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사실 드론은 유럽에서 운용되기 까다로운 조건이 많습니다. 베니스의 경우 베니스에 등록된 드론 오퍼레이터만 쓸 수 있으며 드론을 날리려면 베니스에 촬영 허가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전시관 내부에서 다른 업무로 한눈을 판 사이 크루로 데리고 온 촬영감독님이 밖에서 드론을 날리시려는 걸 보고는 깜짝 놀라서 여기서 드론을 날리시면 안 된다고 말리곤 했는데, 결국 사고를 치게 됩니다.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우실 때 드론을 날리시는 것을 베니스 경찰이 포착하여 배를 타고 조사하러 온 겁니다.
해당 지역의 드론 날린 사람을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하는데, 급박하던 그 순간 저희 프로젝트의 다른 팀이 드론 장비를 창고에 숨기고 감독님들을 몰래 숨겨주어 위기를 피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아주 큰일 날뻔한 일이었던 사건이었습니다.
각 아티스트의 작품들과 전체 공간의 디스플레이 사진도 올리고 싶었지만, 아티스트 한 분 한 분 하나가 극도로 작품의 유출에 민감했던지라 공사 사진으로밖에 소개를 못 드린 점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