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진흙인디언핑크색
" 도대체 그 요가복은 무슨 색인 거야? 핑크인가? "
" 아~~ 흔하지는 않지.. 인디언핑크라고 말하더라~"
" 인디언 핑크? 우~~~ 이와앙~~ 우아우아~~~ 하는 인디언요?? "
" ㅎㅎㅎ흉내 잘 내네~ 직접 한 번도 안 봤으면서~~~"
갑자기 원주민으로 변신하여 인디언 흉내를 내기 시작합니다. 요즘은 ESG경영이라면서 대기업들이 원주민들이 사는 지역도 개발하기 위해 침범하여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고 힘들어하는 내용을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새로운 산림을 발견하면 어찌 그렇게 못살게 구는 걸까요.
전 세계를 둘러볼 때 우리나라는 매우 잘 사는 나라에 속하지요. 하루에 밥과 커피 간식만 사 먹어도 만원이 훌쩍 넘으니 말입니다. 부자들만 사는 세상입니다.
극심한 빈곤과 기아에 힘들어하는 나라도 아직 많으니까요..
인디언 흉내에 콧움음이 나오고 즐거웠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유튜브에서 많이 보이는 광고의 장면들이 떠올라 마음이 상하기도 했지요... 그러한 이미지를 상상하며 "밥을 남기면 안 된다.", "아껴 써야 한다.", "풍족한 나라에 태어난 걸 감사해라.", "받은 만큼 또 베풀어라." , "태어날 때는 선택을 할 수 없는 건데 한국에 태어난 것도 늘 감사하게 생각해라." 등의 정신교육을 했습니다. 그래도 풍족함 속에 편리함을 이미 경험했기에 감사한 마음이라도 가지고 표현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거기에 덧붙여 인디언핑크의 유래도 설명할 수 있었네요. 옷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도 같이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인디언들이 몸에 진흙을 바르고 축제도 즐기고, 동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술로도 활용했는데 멜라닌색소가 풍부하니 까무잡잡한 피부에 진흙을 바르고 말랐을 때 어두운 피부가 올라와서 진흙과 함께 나타난 색이 핑크처럼 보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인디언핑크"가 된 것이지요.
그래도 지금은 인공염료로 매우 편안하고 아름답게 표현되어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현대적으로 세련되었다고도 하고 모던한 난색계열이라고도 말하지요.
"인디언핑크"는 저희 어머니가 좋아하는 색입니다.
고등학교 때 상업미술을 하시고 소품점을 운영하셨던 어머니는 어릴 적 "인디언 핑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옛날부터 귀하기도 했고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옷이나 가방 등의 색에서 평범하지 않았던 색이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분명 색에 민감하여 나름 독특하고 예쁜 색만 추구하신 것 같네요.
브랜드에 따라 염색기법이나 표현되는 부분이 달라서 진한 베이지에서 약간 핑크가 들어간 색을 "인디언 핑크크"라고 하기도 하고, 마젠타와 검은색이 몇 방울 더 들어간 색을 "인디언 핑크"라고도 했지요.
인디언핑크의 스펙트럼도 참 광범위했습니다. 당연히 소재에 따라 색이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이지요.
한 번은 운전을 하고 가다가 러닝을 하는 여성분이 보였습니다. 누드차림으로 조끼만 입은 줄 알고 화들짝 놀래었는데 가까이 보니 베이지 가까운 인디언핑크색의 상의와 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어쩜 저리도 과감하실까 하고 놀랬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만큼 멀리서 봤을 때도 사람의 피부색과 닮은 자연스러운 색이면서 매우 섹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지금 제가 입은 인디언핑크 상의 요가복 색도 멀리서보면 그렇게 보일까요...
그나마 여성스러워보이려고 선택했는데...왠지 조심스러워지네요~~~
은은하게 채도가 낮아서 튀지 않는 아름다움의 절제 미가 내추럴 컬러로 자연스러움이 더해집니다.
인디언들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