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회색빛에크루색
" 궁금한 게 있는데요... 실은 누에고치에서 뽑잖아요? 그게 완전 흰색인 거예요?? "
" 응... 누에고치에서 실을 만들긴 하지~~~"
" 그런데... 사실은 매우 하얀색은 아니야~~"
" 그럼요?? "
"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 표백이라는 과정을 거쳐~그래서 얼룩이 졌거나 변색된 것을 깨끗하게 만들지.."
" 누에고치에서 나온 실이 매우 깨끗하고 하얗지는 않겠지? "
" 아니~~ 그러니까 좀 신기한 거예요... 갑자기..."
" 갑자기 왜 궁금해졌을까?? "
" 어제 우리가 체험전에서 받은 천연 수세미 열매를 보니... 꼭 실같이 생겼는데.. 흰색이 아니길래요.."
" 실의 색도 다양한데 완전 하얀색이 좀 어색해 보여서 궁금했어요..."
" 음... 쉽게 말해서~~ A4용지랑 같은 거야... 종이나 휴지를 나무로 만드는 거 알지?
흰색 A4용지도,,, 흰색 화장지도 모두 표백해서 깨끗하게 보이려고 공정을 한 번 더 거친 거야... "
" 어찌 보면 크라프트지가 조금 더 자연색에 가깝다고 할까? "
" 크라프트지가 머지?? "
" 아~~ 엄마가 잘 사용하는 포장지~~ 음..... 택배 상자들?이라고 하면 알겠어? "
" 아~~ 상자... 맞네... 알지요~~ "
" 그... 휴지도 갈색이 있는데... 그때 화장실에서 대나무로 만든 똥색 휴지 기억나?? 그런 거??? "
" 응... 맞아~~ 완전 백색들은 모두 표백과정을 거친 인공 색이야... "
" 엄마의 여름옷 중에... 리넨이라는 소재의 이 옷이 있거든? 이런 상태의 색을 "에크루 색"이라고 해~ "
" 그 베이지 아닌가?? "
" 오... 맞아~~ 비슷해~~ 그런데 베이지는 조금 더 밝고 화사하고~ 에크루는 조금 더 자연스럽고 어두워~"
" 프랑스어로 에크뤼(ecru)는 "표백되지 않은"이라는 뜻이거든? 표백처리를 하지 않은 실크 자체의 색상을 말하기도 해~ "미색"이라고도 하고~ "
" 좀 흔한 색 같기도 하네요... 이름이 어렵네... 난 베이지가 좀 더 쉬운데요~ "
우리는 늘 익숙한 것, 편리한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색안경도 끼는 것이고요~
잘 변하지 않습니다. 로봇도 아닌데 한 번 입력된 정보는 잘 바뀌지 않고요..
그대로 기억하고 습관화됩니다. 그래서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요...
늘 같은 행동을 하면서도 내가 변하고 벼락부자가 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무리 기도 하면 머 하나요... 내 행동이 변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갑자기 행동이 변하는 것을 보고는 " 죽을 때가 다 되었냐고 합니다. "
늘 예측가능한 행동과 말을 하는 사람이 고심 끝에 행동을 바꾸어도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습니다.
어색하고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저희가 디자인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익숙한 디자인이 변하여 새로 태어났다고 아무리 광고를 해도 어색합니다. 코카콜라 흰색병 마케팅이 망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코카콜라는 붉은색 아이덴티티가 너무 강했고 날씬한 병도 아이덴티티가 강했는데, 조금 더 새로운 것을 추구하다가 정말 새로운 북극곰을 앞세워 병도 흰색으로 바꾸고 마케팅 설정을 다시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을까요?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못한 고객들로부터 눈 밖으로 나버렸고 결국 매출 하락으로 디자이너는 쫓겨나게 되는 일이 발생했지요.
교훈은 이렇습니다. 새로운 마케팅을 하더라도 기존의 고객을 유지하면서 이미지를 바꿀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에크루 색.." 표백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라는 뜻입니다.
흰색, 회색, 검은색의 무채색만큼이나 인기가 많지요.. 패션 및 가구, 인테리어에서도 기본 색으로 속합니다.
유행을 따르는 색도 아닌 것이 무난하게 모든 것에 어울립니다.
흰색을 입기에는 부담스럽고,
검은색을 입기에는 밝게 입고 싶고,
회색을 입기에는 색이 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될 때,
우리는 에크루 색을 선택합니다. 검은색과의 조화도 고급스럽습니다.
브랜드에 따라 " 크림색 " 이라고도 하고 " 베이지색 " 이라고도 하지만 내 기억 속의 색으로 기억하면 될 것 같습니다. 베이지보다는 칙칙하지만 차분한 흙빛 같은 색~~
왠지 바람이 불고 스산한 겨울맞이 색으로 탁월해 보이네요...
표백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색상에... 왠지 마음이 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