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조우사르트뢰즈색
얼마 전 파리 출장을 다녀온 지인이 색이 너무 예쁘다며 선물을 줍니다.
집에 와서 꺼내보니 아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 아니 이거 슈렉색 아니야? "
" 아니야 이끼인가...."
" 진짜 조금 맛이 없게 생겼다. 무슨 맛일까? 민트도 아닌 것 같은데..."
나름 디테일한 관찰에 코웃음이 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래도 많이 보인 것 같습니다.
" 영어를 한번 읽어봐~~ "
" 음.... 차~ 샤~ C는 ㅋ 소리가 나니까...."
" 그래 원래 프랑스 어니까 어려울 수도 있겠다... 샤르트뢰즈~~라고 하는 거야.
천천히 철자보고 다시 읽어 봐봐~"
" 머지... 어려운 것 같아요...."
" ㅎㅎ그래 아직은 몰라도 돼~~"
" 그런데 이건 허브로 만든 리큐르라고 하는 거야.. '증류'가 먼지 알아? "
" 증류... 그 한약에서 투명하게 만들어 주는 거 아니에요? "
" 어릴 때 먹어본 거 같은데.. 한약 못 먹을 때... "
" 응... 맞아~ 액체를 가열하면 기체가 되지? 그걸 증기라고 해... 그럼 그 기체들이 물방울처럼 뚝뚝 떨어지거든? 그걸 액체로 만든 걸 증류수라고 해~~. 한약도 한약재를 쪄서 생기는 기체를 냉각해서 다시 액체로 받으니 투명 한약이 된 거고~~~"
" 오... 그렇구나~~~" " (끄덕끄덕, 눈이 똥글똥글) "
" 그럼..."액체, 유동적인 액상.." 이런 뜻의 언어가 " Liquid(리퀴드) " 거든~ 그럼 아까 "리큐르"라고 했던 게
증류한 술에 당분과 과일, 허브 꽃, 뿌리, 잎 등을 넣어서 맛과 향기를 낸 술을 말하는 거지~~"
" 그래서.. 허브들은 대부분 녹색이잖아~~~ 와인은 포도로 만들었고, 이건 허브들로 만들어서 나온 거의 천연의 색이라 초록, 노란색이 있어... 두 종류밖에 없지~~ 와인이 레드와인, 화이트와인인 것처럼말이야~~
그런데... 이 색을 "샤르트뢰즈"라고 해~~"
" 프랑스 산맥이름이기도 하고~ 수도원 이름이기도 해~
수도원에서 이걸 몰래 만들었거든? 수도원이 어떤 곳인지 알지? "
" 왜 몰래 만들어요?? "
" 수도원은 신앙을 믿는 사람들이 하나님께 기도드리는 곳인데.. 대부분 술을 안 마시는데... 그곳에서 술을 만들었다는 거야.... 어떻게 되겠어?? "
" 아~ 그럼 안 되지... 큰일 났겠네~~~!!! "
이 반응은 머죠? 너무 귀엽잖아요?ㅎㅎ
술을 즐긴다면 "사르트뢰즈"를 들어봤을 겁니다.
리큐르의 여왕이라고도 불리지요. 녹색과 노란색 두 종류로 프랑스 허브 리큐어입니다.
샤르트뢰즈(Chartreuse)
프랑스 그르노블 북쪽의 샤르트뢰즈 산맥에 위치한 수도사의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지요,. 지금은 인근 이누아르에 있는 양조장에서 생산됩니다. 약 125여 종의 허브, 식물, 꽃을 숙성시킨 증류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위키백과)
그러고 보니, 학교에 방석이 이 색이랍니다.
집에 있는 컴퓨터 의자시트도 이색이고~~ 책 표지도 이 색이라며.... 신이 났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어려운 이름이었지만, 색의 유래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아이들과 오늘도 색으로 공감되는 시간을 가져서 더 뿌듯합니다.
노랑과 초록이 만났다고.... 조우했다고...
수도원에서 비밀스럽게 제작된 이 술은... 레시피도 비밀이었다고....
하지만 이제 그 비밀은 풀렸으니 한국에 이 지방에서도 이 이야기를 듣고 이 제품을 맛볼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라고 했습니다. 다음에 함께 여행해 보기로 위시리스트에 넣어둡니다.
샤르트뢰즈라는 색은 노랑과 초록으로 신비롭고 오묘하지만 노랑에 조금 더 기울어있다고 말해줍니다.
많이 들어주는 엄마가 되어야 하는데.... 말을 많이 한 것 같아서... 쪼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래도 가보지 못한 알프스 산자락의 수도원이라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참으로 영광이네요.
아직 아까워서 뜯지는 않았지만 왠지 마시면 마법이 일어날 것 같아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