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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파는 디자인

로베르토 베르간티 지음 | 박영심 디자인 씽커

by 컬러코드

| 범어디자인연구소 옮김 | 박영심 디자인 씽커

Design Driven Innovation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대표하는 디자인 전략 전문가 베르간티 교수의 의미 혁신 디자인 방법론


(전문 요약)

이 책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타일, 창조성, 또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은 경영에 대한 책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고객들의 사랑을 얻을 수 있도록 혁신을 이끌어 나가는 방법을 소개할 것이다. 또한, 경영자들이 혁신적인 가치를 가진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급진적 혁신 전략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지를 설명할 것이다.


급진적 혁신 전략을 통해 창출되는 가치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경영자들의 열정을 자극하며, 사람들을 변화시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게 하는 특별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러한 전략을 ‘디자인 주도 혁신 Design-Driven Innovation’이라고 칭하고자 한다.


기술 주도 혁신이 기술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처럼, 디자인 주도 혁신은 디자인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을 가장 중요시하는 개발 프로세스를 뜻한다. 이 책에서는 기업이 어떻게 유의미한 가치를 도출하고, 경쟁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어떻게 산업 내 혁신 가치에 바탕을 둔 급진적 혁신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지를 알려 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지난 10년간의 리서치 결과를 기반으로 한 실무 중심의 콘텐츠와 사례들을 이용하였다.



경영자들에게:

이론의 틀에서 벗어나 직관을 발휘하라

애플 Apple의 한 마케팅 매니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그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것이 바로 애플의 시장조사 방법이다.” 이는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인 주장처럼 들릴 수 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수많은 사용자 중심 혁신 User-Centered Innovation 이론들과 상반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분석가들은 기업이 고객과 그들의 니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찰력과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시장을 관찰하거나 사용자에게 직접 다가가지 않아도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스티브 잡스처럼 성공한 경영자들은 사용자가 아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뚜렷한 비전을 발견한다. 그 안에는 사회의 가치, 규범, 신념, 욕구가 진화할 방향에 대한 경영자의 직관이 담겨있다. 이는 수년간의 사회적인 통찰, 경험, 관계들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다.


경영자들은 항상 그들의 개인적인 직관에 영향을 받은 제품과 서비스가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의미를 보여주길 바란다. 이처럼 그들의 꾸준한 의지와 노력은 직관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사람들의 개인적인 삶에서 사회에까지 여러 과정에 영향을 발휘한다. 경영자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가장 훌륭한 문제 해결의 열쇠는 인간이 가진 직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직관’이나 ‘영감’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생소하게 느껴진다. 경영학의 수많은 이론이 직관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방해하고 있다. 또한, 많은 경영자는 그들의 직관을 없애거나 사용하지 않기를 요구받는다. 그들의 직관보다는 전문가들로부터 검증된 혁신 도구들, 분석적 스크리닝 모델들, 적절한 프로세스들이 훨씬 객관적이라고 설득당하곤 한다. 당연히 순수한 기술적인 혁신을 이룰 때에는 이러한 방법들이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사람들에게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 새로운 이유를 제시하거나 의미 있는 제품 개발을 통해 급진적인 혁신을 이루고자 할 때, 이 방법들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 책에서는 경쟁 선도 기업에 포함되지 못한 기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를 다루고자 한다.특정 경영자들은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제안과 훌륭한 비즈니스 가치를 발견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이며,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아마도 이 책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이슈들이 매우 미묘하고 관념적이라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이 책에서 소개할 경영자들의 대다수는 직관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믿음과 경영학 이론에 구애받지 않는 경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여기에서는 특히 이탈리아 기업들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중등교육이나 고등교육 모두 인문학을 중심으로 교육한다. 이 때문에 많은 경영자들 역시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은 인문학적 직관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에는 MBA를 취득한 기업가들이 거의 없으며,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과학적인 경영이 늦게 발전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이러한 이유로 이탈리아 기업들은 직관적인 사고를 지닌 경영자를 거부하지 않으며, 경영자에게 단순한 관리자 역할 이상을 기대한다. 그들의 경영 방식이 유일무이하게 차별화된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이 환경적 특성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경제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내적, 외적 직관의 역량이 어떻게 직접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를 적절하게 학습하고 활용한다면, 당신이 비즈니스 리더가 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자산인 직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창조적인 사람이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직관을 들여다보고, 확장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들을 발견함에 있어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인의 개념을 새로 써라

이 책은 디자인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그렇지만 디자이너들 역시 하나의 주체로서 비즈니스와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경영자들은 디자인 또는 디자이너를 떠올릴 때 두 가지의 선입견을 가진다. 첫 번째는 본래 디자인은 ‘스타일링’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은 디자이너들에게 제품이 어떻게 더 예뻐 보일 수 있는지를 묻는다. 두 번째는 요즘 들어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에 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디자이너들에게는 사용자의 니즈를 이해하며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창조적으로 현실화하는 역할이 주어진다.


‘스타일링’이나 ‘사용자 중심 디자인’은 경쟁 회사와는 다른 차별점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시장에서 긴 시간 동안 사용되어 왔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리서처 researcher가 차별화의 요인으로 디자인을 꼽는다. 이러한 메시지들은 그동안 기업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아왔고, 이제 어떤 기업도 스타일이나 고객 니즈에 대한 고찰 없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지 않는다. 디자인은 현재 전성기를 맞고 있으며, 경제 혼란 속에서 더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성공은 언제나 더 높은 도전과 함께 출발한다. 모든 기업이 디자인을 통해 차별화를 만들어 낼 때, 그 차별화는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디자인은 의무적인 요소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제는 더 이상 차별화를 만들어 내는 핵심 역량이 될 수 없다. 결국, 비즈니스 세계에서 디자인의 정의와 역할이 변화해야 함을 뜻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전사적 품질 경영의 시대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었다. 1980년대 후반, 기업들은 품질을 제일 중요한 핵심 역량으로 정의했다. 가장 높은 품질이 성공을 이끈다고 믿었고, 모든 회사는 TQM Total Quality Management (전사적 품질 경영) 원칙을 도입했다.


또한, 모든 경영자는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식스 시그마 six sigma (품질 혁신과 고객 만족을 달성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실행하는 21세기형 기업 경영 전략)나 관리도 control chart (관리 수단으로 사용되는 도표나 그래프의 총칭)를 학습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품질은 더 이상 기업의 핵심 역량이 아니다. 물론 품질 관리 매니저들은 계속 존재하지만, 품질을 통해 강력한 차별점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전 세계 모든 기업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품질은 이제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 사항이 되었다.


디자인은 현재 그들이 만들어 내는 차별화가 아닌 새로운 차별화를 위해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디자이너가 기존의 차별화를 만들어 내는 작업에만 몰두하며, 혁신을 창출하는 데 그들이 지닌 다양한 방법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역시 같다.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링이나 사용자 중심 디자인 프로젝트를 다룰지라도 기업은 기술, 문화, 사회 변화를 깊이 살펴야 한다. 또한, 전문 경영자들은 새로운 제품 가치를 찾거나 디자인하는 방법들을 고려하고 급진적인 혁신을 계속해서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급진적 혁신 가치를 찾는 작업은 기업가, 학자, 기술자, 공급자, 과학자, 예술가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할 때 이루어질 수 있는 작업임을 알아야 한다.


전통적인 경영 원칙을 고수하는 기업은 일관되고, 예측 가능하며, 원칙적인 프로세스 안에 존재하는 디자인을 선호한다. 이러한 이유로 디자이너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는 다양한 활동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에게 리서치 활동은 또 다른 창조 활동으로 정의될 수 있다. 물론 창조 활동과 리서치 활동은 다르다. 창조 활동은 더 나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찾아내는 일을 하는 반면 리서치 활동은 더 심도 있고 논리적인 목표를 해결하기 위해 대상을 탐구한다. 창조 활동은 초심으로 돌아가 최초의 상기 지점에서 가치를 발견하지만, 리서치 활동은 오랜 리서치를 통해 입증된 지식과 학문에서 가치를 발견한다. 창조 활동은 다양성과 확산을 추구하지만, 리서치 활동은 특정한 목표를 향해 기존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창조 활동은 문제 해결에 있어 중립적인 입장을 갖지만, 리서치 활동은 고유한 목표 아래 특정 리서처의 능력을 통해 표출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특정한 패턴이 있는 비즈니스 언어 (프로세스)를 따라야 하는 디자인은 비즈니스 논리와 프로세스가 디자이너의 개성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은 디자이너들이 가진 중요한 역량과 자산을 잃게 된다.


이 책에서는 일반적인 차별화나 점진적인 혁신을 위해 존재하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 스타일링, 창조적 활동으로서의 디자인의 가치는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급진적인 혁신을 요구하는 기업들에 필요한 디자인에 대해 다룰 것이다. 리처드 플로리다 Richard Florida의 주장처럼 인구의 약 30퍼센트가 창조적 계급에 속한다고 한다면, 창조성은 이미 충분하다. 기업이 그들의 문화와 비전 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진보적인 리서처들이다. 이 때문에 창조적 활동과 사용자 중심 리서치를 진행하는 디자이너들은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리서처로서 그들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추구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디자인 주도 혁신 전략의 등장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영학 리서치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첫 번째는 리스크를 감수한 급진적 혁신이 장기적인 경쟁력 향상의 주된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논의되어 오던 ‘급진적 혁신’이라는 표현은 ‘급진적 기술 혁신’의 줄임말일 뿐이다. 심지어 경영학 내의 혁신 관련 리서처들 대부분이 산업 내의 독창적 기술에 의해 나타나는 파괴적인 효과를 중심으로 연구해 왔다.


두 번째는 사람들은 ‘물건’을 구매하기보다는 ‘의미’를 구매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실용성, 목적성과 함께 심오한 감정적, 심리적, 사회 문화적인 이유로 물건을 구매한다. 이는 많은 경영학자에 의해 주장되고 있다. 분석가들은 시장 내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들은 소비자에게 특정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입증하였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외형이나 기능, 그리고 수행 능력 이외에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사용자들이 원하거나 얻고자 하는 진짜 ‘의미 Meaning (존재 가치)’를 파악해야 한다.


요즘 ‘의미’라는 주제는 마케팅과 브랜딩 저서들을 통해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사용자 중심 사고 내에서 사용자들이 사물에 어떻게 특정 의미를 부여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방법론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심리학과 인문 사회학과의 접목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의미에 대한 고찰은 오랫동안 부재 상태에 놓여 있었으며 혁신을 위한 당면 과제가 아니라고 여겨져 왔다. 의미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기에, 이해할 수는 있지만 혁신 대상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혁신은 두 가지 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바로 새로운 제품의 비약적 발전을 위한 전략향상된 사용자 요구 분석에 따라 개선된 제품 솔루션을 만들어 내는 전략이다. 전자는 ‘기술 주도의 급진적 혁신’이며, 후자는 ‘시장 주도의 점진적 혁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세 번째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디자인이 주도하는 급진적 혁신’이다. 아르테미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심미적 오브제라는 기존의 의미를 뛰어넘어, 심리적 안정과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제품이라는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시장의 소비자들에게 조명 기구의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는 전략이다. 이처럼 어떠한 요구도 받지 않고 등장한 의미는 실제로 시장을 변화시키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급진적 혁신으로 나타난다.


스크린샷 2025-01-27 오전 3.14.19.png 급진적 의미 변화를 만드는 디자인 주도 혁신 전략



기업들의 디자인 혁신 전략 활용법

“고객들에게 제안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낼 뿐입니다”라는 지스몬디 회장의 대답이 많은 실용주의자와 학자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은 디자인 주도 혁신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몇 해에 걸친 리서치들이 혁신적인 기술적 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구체적으로 내놓는 반면, 혁신적인 솔루션에 의미의 문제가 연결되면 그 어떤 이론도 대안적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리서처들은 미스터리에 감추어진 수수께끼처럼 의미 차원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발견하지 못한 채 한계를 맞이하게 된다.


나는 하버드 경영 대학원에서 인터넷 소프트웨어의 혁신 관리에 관한 리서치를 진행한 이후, 1998년 밀라노 폴리테크 공학대학으로 복귀하면서 두 개의 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첫 번째는 이탈리아 디자인 시스템 Italian Design System에 대한 리서치 프로젝트로, 이탈리아 내 디자인 단체들과 이들의 경제적 가치 분석에 대한 최초의 리서치 프로젝트였다.


두 번째는 폴리테크 밀라노 공대 산업 디자인 대학원 설립으로, 이 역시 이탈리아 역사상 처음 진행되는 일이었다. 나는 이 두 개의 프로젝트에 매우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는 이탈리아 디자인의 성공이 디자이너들보다 제조업자들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 매료되었다. 실제로 이른바 이탈리아 디자인의 상당수는 외국인 디자이너들에 의해 진행되며, 혁신적 이탈리아 가구 제조업체들은 약 50퍼센트 이상이 해외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있었다. 결국, 이탈리아 디자인의 성공은 오랜 기간 노력한 기업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나는 이러한 사례들이 기업의 성공 역량을 설명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직감했다.


특히 이러한 특징은 국내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는 산업이 집중된 북이탈리아의 선진 기업들에게서 볼 수 있었다. 아르테미데, 알레시, 카르텔 Kartell, B&B 이탈리아 B&B Italia, 카시나 Cassina, 플로스 Flos, 스나이데로 Snaidero 등 많은 기업은 비록 그 규모는 작을지라도 (스나이데로의 경우 약 500명 정도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 리더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유통, 시장 침투 전략, 저임금과 같은 보완적 자산이 아닌, 혁신 리더십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10년간 유럽 가구 제조업체들은 11퍼센트 성장에 머물렀고, 1994년부터 2003년까지 다른 서구 유럽 기업들은 침체기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B&B 이탈리아는 54퍼센트, 카르텔은 무려 211퍼센트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더 놀라운 점은 이러한 기업들이 모두 독특한 혁신 전략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보통 알려진 사실과는 달리 이들의 성공은 심미적이고 예술적인 제품 생산 능력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아르테미데나 알레시의 사례에서 명확하게 드러난 것처럼 이들은 의미를 창출하고 급진적 혁신을 위해 심미성과 예술성을 활용했을 뿐, 심미성을 그 차별화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결국, 사용자 중심의 혁신이나 스타일링을 위해 디자인을 활용하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이들은 의미를 통한 급진적 혁신의 도구로 디자인을 활용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다행히도 ‘이탈리아 디자인 시스템’ 리서치를 통해 디자인 주도 혁신을 이룬 기업들의 경영 사례를 조사함으로써 그들만의 특별한 경영 구조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왜 지금까지 디자인 주도 혁신에 대한 경영 사례들이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 주도 혁신을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굉장히 폐쇄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오직 그들 조직의 일원이 될 수 있고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만을 수용하는 엘리트주의 사회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몇 년의 시간 동안 이러한 기업들의 프로세스와 구조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실질적으로 경영 이론은 기업 내에서 이용할 가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인정받을 수 없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구체적인 경영 프로세스와 구조를 보여주어야만 많은 경영자가 디자인 주도 혁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 운이 좋게도 디자인과 관련된 두 개의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깊은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기업에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단 접근에 성공하더라도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또 다른 장애물이었다. 이들 기업의 혁신 과정은 암묵적이면서 어떤 방식도, 도구도, 단계도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다양한 혁신가들 사이에 체계화되지 않은 암묵적 프로세스와 네트워크가 있었다. 더욱이 이러한 프로세스는 경영자들이 직접 이끌었고, 결국 관계자들과 밀접하게 접촉하거나 그들의 프로세스에 침투하는 것만이 실증적 방법론을 정리하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숨겨진 노력이 마침내 이 책을 통해 빛을 발하게 되었다. 여기에서는 어떻게 의미 창출을 통해 급진적 혁신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또한, 디자인 주도 혁신이라는 새로운 의미와 제안을 통해 시장의 리더가 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독창적인 경영 기법을 소개할 것이다.

10년간의 리서치를 통해 나는 제품과 서비스를 불문하고 다양한 산업과 국가, 소비재 시장에서 산업재 시장까지, 틈새시장에서 대량시장까지,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본 리서치의 샘플을 수집해 왔다 (참고 자료 A는 이 책에 언급된 기업체들의 다양한 속성을 보여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자인 주도 혁신의 가장 중요한 이점 중 하나는 장기적인 성공을 이끄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수년간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의 많은 사례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수년 전 또는 수십 년 전 등장했던 이러한 대다수의 제품들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시장에서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최근에 출시된 신제품들보다 더 사랑받고 꾸준히 구매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발견들을 바탕으로 나는 탐구에서 실행으로 리서치의 방향을 전환했다. 개인 컨설팅 회사인 프로젝트 사이언스의 동료들과 함께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협업하며, 그들이 디자인 주도 혁신을 위한 능력과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의미 창출을 통해 급진적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설득했다. 더불어, 함께 급진적 혁신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맡았다. 이러한 긴밀한 실무적 경험을 통해 나는 기업 내 디자인 주도 혁신의 원동력에 대해서 더 섬세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급진적 의미 혁신을 위해 어떻게 디자인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들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의미 혁신의 3단계 과정


1. 탐구(Exploration): 새로운 의미 찾기

디자이너와 혁신가는 고객의 명시적 요구를 넘어서 더 깊은 문화적, 사회적 통찰을 발견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예술가, 철학자와 협력하여 새로운 관점을 도출


2. 제안(Proposal): 새로운 의미 정의하기

발견한 통찰을 바탕으로 기존의 의미를 재구성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제시

기존의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도전적이고 급진적인 시각 찾기


3. 실현(Implementation): 시장에 도입하기

혁신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설계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스토리텔링 전략을 개발

고객과 시장이 새로운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박영심 디자인 씽커*
기술과 기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시대에, 제품과 서비스의 "의미"는 경쟁 우위를 가져오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단순히 기능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정체성과 감정,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깁니다. 의미의 혁신이 중요한 이유이지요.

로베르토 베르간티의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제품의 기능적 혁신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의미"를 설계하라. 이를 통해 기업은 고객에게 깊은 감정적, 문화적 연결을 제공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디자이너, 경영자, 혁신가들이 기존 틀을 깨고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데 큰 영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400페이지가 넘기 때문에 천천히 정독해서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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