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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영원한색] 신비로운 기운을 가진 볼로장생 영지버섯

볼로장생영지버섯색

by 컬러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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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버지가 누군가로부터 영지버섯을 선물 받으셨던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반짝이는 상자 속, 붉은 나무처럼 단단한 그것을 보며 저는 마치 황금을 선물 받은 줄 알았습니다.


어른들은 '귀한 거다', '몸에 좋다'라고 했지만, 어린 눈에는 그 광택과 색이 너무 신비로워 보였고,

손끝으로 조심스레 만지며 무언가 신성한 보물을 대하는 듯한 감정이 일었던 기억이 납니다.


불로장생.

말만 들어도 신화 속 세계가 펼쳐지는 듯합니다.
진시황이 구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다는 식물, 불로초(不老草).
그 정체는 뿌옇게 남아 전설로 흐르고, 누군가는 그것을 영지버섯이라 믿습니다.

영지(靈芝).


그 이름부터 신령스럽습니다.

‘영’(靈)은 신비로운 기운, ‘지’(芝)는 버섯을 뜻하지요.
동양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귀한 약재로 여겨졌고, 신선들이 먹는 ‘신령한 버섯’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신령한 버섯의 색은 어떨까요?


갓 피어난 영지의 새싹은 연초록입니다.

빛을 받아 생장하는 순간마다 그 색은 변화하고,

이른 아침의 이슬처럼 투명한 생명력을 드러냅니다.

그 순간은, 아직 신화가 시작되기 전의 가능성의 색입니다.


영지버섯은 성숙할수록 짙은 적갈색을 띱니다.
햇빛에 닿으면 광택이 도는 버건디색, 혹은 칠해진 나무 같은 자줏빛 갈색으로 깊어집니다.
이 색은 마치 불처럼 조용히 타오르는 생명의 불꽃같고,
수행자의 로브처럼 차분한 장수의 색이기도 합니다.


잘 마른 영지버섯을 기울이면, 표면에서 은은한 황금빛 광택이 돕니다.
그 빛은 마치 오랜 세월을 품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생명과 죽음을 관통한 식물의 신비를 말없이 들려줍니다.
고대에는 이 광택을 신의 기운이라 여겼고, 황제의 묘에 함께 묻을 정도로 귀하게 여겨졌지요.


오늘날 영지버섯은 단순한 약재를 넘어,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건강식품으로 소비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오래된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사랑하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살고 싶은
사람의 오래된 소망이 그 색에 녹아 있습니다.

당신에게 ‘영원의 색’은 어떤 빛깔인가요?


저는 어제부터 밀라노 디자인위크 출장이라 시차가 안 맞습니다.
짙은 붉은빛의 한 조각 속에서,
오늘도 오래도록 살고 싶은 하루가,
불처럼 조용히 타오릅니다.


오늘 네 마음은 무슨 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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