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 나는 참 행복하다.

#아들#엄마#청춘#글#일상

by 공영

큰 해일이 나를 덮쳤다. 내 옆에 남아 있는 건 태어난 지 이제 돌이 지난 작은 아이뿐이었다. 아이는 그 작은 몸으로 세상에 더는 없을 큰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꼭 잡고 있다. 수많은 이들이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크고 거친 나의 손을 자신의 작고 보드라운 손으로 꼭 잡고 있다. 마치 자신을 잡고 버티라는 듯이.


그 사람은 내 인생의 가장 큰 똥이었지만, 그냥 그동안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해 받은 벌이라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지 않으면 남은 내 생은 더욱이 괴로울 것이며, 사랑하는 나의 아들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꼴이 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는 이십여년을 넘게 불안해왔다. 내 안의 불안을 타인으로부터 잠재우려 했고, 그래서 매번 연애에, 사랑에 내 삶을 걸었다. 당시의 상대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그때 난 그랬었다. 기억 속 아름다웠던 사랑이 끝났을 때, 난 세상이 무너지는 듯 힘들었고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 빨리 결혼이 하고 싶었다. 그때까지도 난 타인을 통해 내 삶의 안정을 찾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결혼을 하면 이별은 없을 거라 믿었고, 행복해지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이었다. 마음이 성급해 주위를 살피지 못한 내 탓이다, 내가 큰 똥을 밟게 된 건. 그러니 그 똥을 욕하지는 않기로 했다. (물론 욕은 나오지만, 마음은 그렇게 먹었다.) 그래도 그 덕에 나는 너를 얻었다.


아들아, 네가 있어 나는 더는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정처 없던 삶에 목표와 이유가 생겼고, 하고 싶은 많은 것들을 같이 할 사람이 생겼다. 못해도 네가 머리가 크기 전까지, 사랑하는 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내 곁에 있어주지 않을까. 그렇게 되기까지 못해도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그렇게 네가 점점 나로부터 독립을 할 즈음, 그때는 나도 혼자서도 무너지지 않을 사람이 되지 않을까.


아들아, 나는 너에게 내가 보고 싶었던 많고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고, 그럴 것이다. 너와 함께 곳곳을 여행하고, 많은 이들의 노래를 듣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싶다. 그렇게 너는 남들보다는 조금 이르게, 그리고 나는 남들보다는 조금 다르게 인생이란 여행을 시작하고 싶다.


아들아, 나는 네게 최고의 친구이자, 멋진 엄마이고 싶다. 너는 그저 지금처럼 세상에 없는 환한 미소를 짓기만 하면 된다. 그걸로 내게 충분하니.


아들아, 너 하나로 인해 나는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 삶에 만족하는 법도 배웠고, 목표를 가지고 사는 삶이 얼마나 재미있는 삶인지도 깨달았고, 가족들과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가족이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지, 이 모든 걸 이제 고작 세상에 발을 딛은지 500일도 되지 않은 너로 인해 배웠다. 아, 나의 작은 선생님. 너로 인해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감사하는 마음을 배웠다. 살기 싫었던 삶의 소중함도 배웠다. 너는 그 작은 몸으로 무너져가던 날 일으켜 세웠다. 너는 정말 강하다. 진심으로 많이 고맙고 사랑한다.


아들아, 아들아.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열 달의 시간 동안 하나의 몸으로 살았던 나의 분신 내 아들아. 아직 엄마라기엔 많이 부족하고, 어리지만 네 가장 멋진 첫 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한다.

나는 너를 만나 정말 많이 행복하다. 고맙다. 나의 아들로 태어나주어서. 정말 많이 사랑한다.


My one and only "more" in the world.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60308224005_1_filter.jpeg 내 새끼 손가락에 있던 반지를 가져가 제 검지에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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