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글 #단문
딱 그만큼이 너와 나의 교집합이었다.
세상에 더는 없을 사람이었고, 세상에 다신 없을 사랑이었다. 너는 나였고, 나는 너였다.
네가 없던 시간들이 네가 있던 시간보다 터무니 없이 길었지만, 내 생의 이유는 네가 있던 그 짧은 시간 안에 다 있었다. 그렇게 보였다. 굳이 말을 뱉지 않아도, 너는 나를 알았다. 너는 또 다른 나, 마치 엄마 뱃속에서 헤어진 잃어버린 샴 같았다. 너는 나의 샴이었다.
그러나 너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내 삶에서 사라졌다. 더는 너는 내가, 나는 네가 아니었고, 서로를 바라보며 무수한 말을 뱉어도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없게 되었으며, 결국에는 세상에 없어도 되는 너와 내가 되었다. 내게는 잃어버린 샴이, 네게도 잃어버린 샴은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들이 딱 맞는 퍼즐 조각 같은 너와 나였지만, 결국엔 우리가 사랑했던 그 시간, 그 시간 안에 잡고 있던 서로의 손깍지만큼의 교집합이 우리 사이에 있었을 뿐이다. 대단하지도, 멋있지도, 어느 영화나 소설에 나올 법한 운명론적인 사랑도 아니었다. 딱 그만큼, 우리의 손바닥이 마주했던 만큼의 교집합이 너와 나 사이에 있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