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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영 Jun 28. 2022

일기

#일기 #에세이 #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하루를 무탈하게 보냈다. 아침과 저녁으로 꾸준히 약도 복용하고, 덕에 깊게 잠도 자고 있다. 그런 생활을 며칠하다보니, 술이 절어 살았던 지난 5월을 어떻게 버텼는가 싶기도 하다.


날은 습했고, 흐렸다.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된 하루였다. 이런 날은 우울감에 빠져 지내기 바빴는데 오늘은 괜찮았다. 오늘 하루는 여유로웠고, 부지런했고, 재미있었다. 과식도, 폭식도, 음주도 하지 않은 하루였다. 이른 귀가로 밀린 일도 했고, 음악도 듣고, 단백질도 챙겨먹었다. 여유가 생기니 이렇게 다시금 이곳에 들어와 소소하게 오늘 하루를 기록해본다.


언제 다시 우울이 나를 덮칠지 모르는 일이나, 지금이 그렇지 않다는 것에 안도를 느낀다. 


우울은 나를 늘 잠식한다. 이불에 누워 위를 바라보면, 달려 있는 고무줄에 숨을 멎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나, 요며칠은 그런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습하고 축축한 날, 나는 우울하지 않았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숨통이 조여오지도 않았다. 받아들이기는 여전히 쉽지 않지만, 부정할 수도 없는 현실이니. 적응을 하고 있는 걸까. 오늘 어디선가 본 산에 안개가 자욱했다. 가늠할 수 없는 한치 앞을 풍경으로 마주했다. 내일이 중요할까. 나는 그냥 오늘만 버텨볼 뿐이다.


이틀의 휴일을 기분좋게 보냈다. 어제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고, 오늘도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음에 감사하는 요즘이다. 


요즘 제일 큰 관심사는 운동인데, 운동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줄 알았다면 조금 더 일찍 시작해볼걸 그랬다. 술이 없어도 사람을 만나는 게 즐거운 일인줄 알았다면 진즉 이렇게 살아볼 걸 그랬다. 길게 살아온 인생은 아니지만, 다사다난했던 지난 날이 나를 회의로 가득차게 만들어놨다. 물론 지금도 그런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즐거운 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 자주 연락하고 자주 보는 동생이지만, 친구인 사람이 있다. 늘 언니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좋은 사람이다. 아무래도 많이 의지를 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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