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글#코로나꺼져
삶이 고단하다. 피곤한 날들의 연속이다. 약을 먹지 않은지 한 달 즈음되어가는 듯하다. 모든 핑계는 준비되어 있다. 약을 먹지 않아서, 일이 많아서, 망할 코로나가 끝나지 않아 곳곳에서 발생하는 숱한 코로나 블루의 하나.
잠도 오지 않고, 입맛도 없다. 이런 김에 살이라도 빠지면 좋으련만 그건 또 아니다.
일을 미루고 미뤄 겨우 퇴근을 했고, 집에 와서도 잠은 자지 않고 있다. 지금은 새벽 한 시 반이 되어가고, 나는 내일 아침 아니, 곧 다가올 오늘의 아침 다시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나에겐 삶을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듯, 홀로 부모의 역할을 다해야 하는 내 처지에, 그러나 그렇게 하고 있지는 못하는 스스로는. 나를 1순위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자식이 있다.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버텨야만 한다.
내 우울은 태생적인 거라 스스로도 말한다. 약을 먹는 돈이 아깝다는 핑계, 챙겨 먹는 게 귀찮다는 핑계 등을 대며, 의사의 동의와 도움 없이 약을 갑작스럽게 먹지 않게 된 이유는, 먹으나 먹지 않으나 바뀌지 않을 현생의 고단함, 고달픔, 고난 등이.
음악을 곱씹어 듣게 된다. 끝없는 우울의 첫 번째 현상 중 하나이다. 열다섯, 그 나이 즈음 멋에 취해 들었던 자우림의 음악이 서른둘, 지금의 내 이야기 같다.
두서없는 글이다. 가만히 누워 울다 노트북을 열고 적는다. 이곳에 글을 적는 것도 오랜만, 노트북을 열어 적는 건 더욱 오랜만, 새로 산 노트북으로 적는 건 처음.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하나가 더 있다. 지금 적는 데 도움을 받고 있는 이 노트북의 할부금. 세 달 남았다,
글을 적다 보면 우울은 그렇게 깊어지지 않는다. 약을 먹기 전 종종 이용하던 방법이었다. 그땐 블로그를 했고, 그곳에 적곤 했지.
사람마다 다른 삶의 무게겠지만, 누구든 피할 수 없는 무게일 텐데, 나는 이 무거움이 왜 이렇게 버거운지 모르겠다. 여전히 동시다발적인 지구의 멸망과 우주의 멸망을 바라고 있다.
일이 많아서 그렇다.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는 쳇바퀴도는 일꾼의 삶. 망할 코로나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해봐야지. 그러면 다시 한번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친구를 만나서 스트레스를 풀라고도 하는데,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에 신물이 난다. 즐거운 건가. 잘 모르겠다. 아무도 없는 곳에 가고 있다. 아무런 자극이 없는 곳. 부모님을 설득해 서울을 떠나 시골로 이사 가자고 말을 해볼까라는 생각을 오늘 퇴근길에 했다. 그런 곳에서 그냥 하루 삼시 세끼 먹는 일상을, 고된 농사여도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말을 하는 것도 지치고, 누군가를 봐야 하는 것도 피곤하다.
우진아. 엄마가 어떻게 하면 될까. 하느님. 부처님. 제게 힘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