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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어느덧 60일이 넘게 지났고, 그동안 내가 이곳에 오지 않은 것을 보면, 2022년은 시작이 나쁘지 않았거나, 혹은 도통 이겨낼 수 없는 우울감에 빠졌거나 둘 중 하나이겠지만, 아마 전자에 가까울 것이다. 2020년 나의 20대를 마무리하고, 서른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꾸역꾸역 준비했던 전시. 그간의 가래들을 한데 모아 이쁘게 포장해 걸었다. 누군가가 보기를 바란 전시보다는 내 삶의 한 막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했던 전시였다.
그렇게 내 모든 우울을 벗어던지기보다 안고 가겠다 마음을 먹었을 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다짐을 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벗을 수 있을 거라 했던 내 껍데기는 사실은 껍데기가 아니라 뼈 자체라 나는 그것을 깎을 수 없었고, 그대로 덮어 가끔 생채기가 올라오면 들여다보고, 무던하게 시간이 가기를 바라고 그렇게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다짐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나를 안고 가기까지 나는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부정도 하고, 외면도 했으며, 모르체하기도 하고, 무시도 했다. 그러나 내 우울은 해가 떠도, 달이 떠도 있는 그림자와 같아 나와 떨어질 수 없었고, 요즘도 때때로 울컥하는 그림자는 나를 저 깊은 동굴 속으로 끌어당기려 하지만, 2021년 멋지게 습관 들인 운동이 나를 부여잡고 있다.
지난해, 그러니까 2021년은 올곧이 운동에 집중을 한 해였다. 운동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육아도 일도 뒷전으로 운동만 했다. 아침에 일어나 이른 운동을 했고, 퇴근을 하고 늦은 운동을 했다. 삶이 주는 고통보다 운동으로 힘든 게 훨씬 가벼워 그렇게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일주일에 겨우 3번, 그러다 점점 하루에도 두어 번씩 가게 되었고, 그런 생활이 어느덧 집착에 이르기도 했다. 무언가를 부여잡아야만 살 수 있는 삶이다. 그때는 음악이었고, 그때는 너였고, 그때는 사진이었고, 그때는 개새끼였으며, 그 뒤는 아들이었다. 그 사이사이 물론 얇게 잡고 있던 것들도 있었지만 가느다란 실은 금방 끊어지길 마련이었고, 굳이 다시 엮고 싶진 않았다. 삶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그러니까 아이도 좀 크고, 일도 오래되어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니 다시 우울은 찾아왔다. 아니 떠오른다. 약은 호르몬으로 도움을 줄 뿐 본질을 변화시켜주진 않는다. 그래서 난 운동을 했다.
운동을 시작하고 다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인간관계라면 치가 떨리던 내가 스스로 다시 물 밖으로 나갔다. 생각보다 그곳은 재미있었고, '역시나'인 곳이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고, 재미있다.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건 당연한 이치일 테고, 이제는 그런 것도 잘 거르는 어른이 되어야지. 일기를 적어 내려가며 생각나는 몇몇 이들이 있다. 나를 변화시킨 사람, 나를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 나에게 자신을 보여준 사람 등 좋은 사람들이 생겼다. 아프면 병원에서 운동을 하라고 하던데 다 이유가 있는 듯하다.
올해는 무얼 목표로 잡아야 내가 한 해를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연초부터 계속해왔는데, 올해는 작게나마 그간의 글들을 묶어 출판을 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이 든다. 다시금 차차 글을 적어나갈 생각이다. 생각보다 알찬 30대를 보내고 있다.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때때로 들던 죽고 싶다는 생각의 빈도가 많이 줄었다. 정말 다행이다, 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