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을 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8)
회사 야유회 일정이 확정되면 관리팀은 준비로 바쁩니다. 장소도 물색해야 하고 숙소, 음식점 등도 예약해야 하죠. 다양한 일정과 행사도 준비합니다. 게임 경품이나 야유회 기념품도 알아봅니다. 야유회 총경비를 산정해서 사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가죠.
이때 사장의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야유회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온 거 아니야? 비용 더 줄일 데 없어?" 각 항목들을 살펴봅니다. 먹고 자는 것에 비용을 줄이면 욕먹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오! 수건. 이거 자수 말고 인쇄로 해. 그럼 비용 절감될 거야." 실무자는 뭐라고 말하고 싶지만 별 수없이 사장이 시키는 대로 합니다.
야유회 전체 비용에 비하면 수건에 자수 놓는 비용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사장은 왜 이렇게 사소한 것에 집착할까요? 이러한 일들이 회사에서는 정말 흔하게 일어납니다. 이상한 곳에 돈을 쓰거나 아끼려 하는 사장들이 많습니다. 사장은 '너희들이 어찌 봉황의 깊은 뜻을 알겠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비합리적으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직원들에게 욕을 먹을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죠.
비용은 지출하면서 기대한 효과를 못 보는 일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야유회나 회식은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애사심을 높이기 위해서 하는 활동입니다. 돈을 쓰면서도 정작 직원들에게 실망감을 안 겨주고 비아냥을 듣는다면 회사로서는 이보다 더 허무한 일이 없는 것이죠. 일상 비용 지출 말고 거액의 비용을 집행할 때도 이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사업 수주를 위해 인맥도 넓고 명망 있는 임원을 모셔 옵니다. 삼고초려 끝에 모시고 왔는데 책상, 의자, 컴퓨터 등은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것을 줍니다. 컴퓨터 설치도 출근 당일에 합니다. 조금만 신경 써서 배려해도 될 일을 절약을 이유로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죠. 그 임원이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아도 첫 출근부터 회사에 대해 실망하게 됩니다. 첫인상부터 실망한 임원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까? 계약기간 동안 방만 차지하고 있다가 퇴사를 하게 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거액의 비용을 들여 모셨는데 자기 밥벌이도 못했다며 비난하게 되죠.
이번에는 정보시스템 도입을 예로 들어 보죠. 회사에 ERP를 도입한 후 당장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도입 담당자를 질책합니다. 담당자는 못 견디고 퇴사하고 ERP는 일부 기능만 이용하거나 예전처럼 엑셀을 이용합니다. 거액을 투자한 ERP가 일순간에 무용지물이 됩니다. 또 너무 싼 것만 고집하던가, 아니면 회사 특성과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기능과 덩치가 너무 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용하다가 불편하거나 직원들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결국 다른 제품을 알아봅니다. 중복 투자가 계속되는 것이죠.
성과급도 비용 대비 효과가 적은 항목 중 하나입니다.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회사의 이익을 환원한다는 취지에서 보면 훌륭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객관적 성과 측정능력도 없으면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신, 팀 간 갈등을 초래하게 됩니다.
회사는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거두지 못하게 되는 거죠. 시행착오라고 생각하면 나중에 개선하면 되는데 관행적, 반복적으로 일어납니다. 사장 자신이 결정을 했으니 누구를 탓할 사람도 없습니다.
비용 대비 효과가 없는 곳에 돈을 쓰는 것 외에도 새는 돈, 챙기지 않아서 놓치는 돈도 많습니다. 매출 확대, 비용 절감도 중요 하나 이런 돈을 잘 관리하고 챙기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 니다.
새는 돈은 말 그대로 관리 소홀로 인해 낭비되는 돈입니다. 재고 관리를 똑바로 하지 않아 중복 구매를 한다든지, 수요 예측에 실패해서 급하게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단가로 구매한다든지요. 채권 관리를 제대로 못해 떼이는 돈, 노무 관리를 올바로 하지 않아 내는 과태료, 세금을 제 때 신고하지 않아서 물어야 하는 가산세 등도 모두 새는 돈이죠. 결국 새는 돈을 막으려면 관리를 강화해야 하고 월 결산도 해 나가야 합니다.
챙기지 않아 놓치는 돈의 대표적인 것은 정부지원 사업입니다. 요즘 정말 많은 정부지원 사업이 있습니다. 너무 많고 복잡해서 회사에서 하나하나 챙기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지원 사업을 대신 신청해서 받아 주는 컨설팅 사업도 성행하고 있죠.
이 밖에 산재보험료 환급도 받을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료는 사업의 종류에 따라 요율이 결정됩니다. 간혹 현재 업종에 부합하지 않는 산재보험료율을 적용받아 산재보험료를 많이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모든 회사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니 확인이 필요합니다.
실무자들이 조금만 신경 쓰면 지원사업이나 환급 부분을 챙길 수 있습니다. 실무자들이 왜 이 같은 일을 안 챙기는지 아시나요? 일만 많아지고 사장에게 인정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죠. 실무자가 노력해서 자금을 받아오면 당연한 것이라 여깁니다. 별도의 노력을 했다는 것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죠. 사장은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만큼 회사와 자기 직무에 애정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챙기는 자금은 회사가 매출을 일으키는 효과와 다름없습니다. 그만큼 회사에 자금 측면에서 기여를 하는 것이죠. 실무자의 성과에 대한 칭찬과 함께 인센티브도 지급한다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챙기지 않아 놓치는 돈은 줄어들 것입니다.
돈을 쓰는데도 올바른 전략과 결정이 필요합니다. 필요한 곳에 돈을 써야 하고 쓰기로 결정했다면 제대로 써야 합니다. 너무 작은 것에 연연해서는 큰 것을 놓칠 수 있습니다. 관행적으로 지출되는 비용도 효과적인 면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돈은 돈 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먹지는 말아야 합니다. 또 회사에 새는 돈은 없는지, 챙기지 못한 돈은 없는지 지금이라도 한 번 검토해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