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을 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10)
몇 년 전 고객 갑질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고객은 왕'이라는 말은 좀 시들해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고객만족 경영이 강조되면서 고객 만족, 고객 감동을 넘어 고객 졸도, 고객 섬김이라는 말까지 나왔었죠. 그만큼 '고객'이 중요했습니다.
중소기업들 중에서 고객과 판매 접점에 있는 회사들이 아니면 고객을 '왕'으로까지는 표현하지 않죠. 예전에 다녔던 B2B 회사의 직원들도 고객을 '갑'이라고만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 '갑'이 부르면 퇴근 후든, 주말이든 언제든지 달려가곤 했었죠. 어떤 직원은 고객에 관한 이야기 하면서 몸서리를 쳤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오라 가라 하고 자신의 업무에 문제가 생기면 새벽에도 메신저를 보내서 오라고 한다고요. 답장을 안 하면 안 했다고 나중에 또 화를 낸다고 하더군요.
이 같은 일을 사장에게 보고해도 참으라고만 합니다. 세상이 원래 그러니 이해하라고 하죠. 그렇다고 회사의 급여가 높거나 대우가 좋은 것도 아닙니다. 내외부적으로 힘든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죠. 결국 그 직원은 고객에게 폭발하던가, 회사를 떠나 버립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이래저래 손해입니다.
요즘은 무조건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라고도, 억울한 일을 당해도 무조건 참으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객 갑질에 대해서 단호히 대처하는 사장도 많습니다. 직원이 1순위 고객은 2순위의 경영방침을 가진 스타벅스 같은 회사도 있습니다.
고객 만족의 출발점은 직원 만족이니 우선 직원들을 만족시켜라고 하는 것이죠. 특히,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영업직원이나 현장 직원을 중요시 여기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만족하지 않은 직원이 고객과 만났을 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객과의 관계도 좋아질 수가 없고 고객을 만족시킬 수도 없죠. 직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회사는 고객의 불만 역시 잠재울 수 없습니다. 많은 연구에서 직원 만족도는 회사에 대한 관심과 관여로 연결되고 이는 높은 고객 만족도로 연결된다고 말합니다.
상식적으로 우리가 아는 '고객'은 '외부고객'이라고 하고, 회사 내부의 직원들을 '내부고객'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사장이나 직원들이 많습니다. 고객이라고 하면 무조건 외부고객만 생각하는 거죠.
이제는 중소기업도 외부고객만을 감안할 것이 아니라 내부 고객인 직원들에게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렇다고 영업직원이나 현장 직원에게만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의 모든 직원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잘 되는 회사의 특징은 모든 직원이 마케팅 직원이고 영업직원이라는 점입니다. 그만큼 자신의 회사에 자부심이 있고 회사가 만들어 낸 제품을 자랑스러워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고객을 보는 시각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부고객은 명확합니다. 회사 밖에서 회사의 제품이나 서 비스를 구매하거나 이용하는 고객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럼 내부고객은 단순히 사장이 직원들을 보는 시각일까요? 생각을 조금 바꿔 회사 내의 각 팀을 고객으로 보는 시각은 어떨까요? 중소기업에서는 내부고객에 대한 개념이 무척 희박해서 팀 간 업무 협조가 원활하지 않습니다. 회사 내에서 팀 간 갑질이 발생하기도 하죠. 서로가 고객이라고 생각한다면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외부고객을 상대하는 영업팀은 연구개발팀에게 당장 제품 개선을 요구합니다. 생산팀에게도 야근을 해서라도 물량을 맞추라고 합니다. 만능키의 사유가 있으니까요. 바로 '고객'이 요구한다는 것이죠. 이것은 외부고객만 중시한다는 사고방식입니다. 만약 연구개발팀과 생산팀을 내부고객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자신들만의 입장만을 관철시키려 할까요? 이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를 향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무조건 우리 팀의 업무가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팀의 사정은 내 알 바 아닙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로가 내부고객이라는 개념을 심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사장의 역할입니다. 사장은 항상 강조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 각 팀들은 서로가 고객이라고.’ 그래야만 진정한 '우리 회사'가 됩니다.
직원들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말하는 것을 잘 관찰해 보면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라고 말하지 않고 회사의 명칭으로 말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명 이 'ABC 상사'라면 'ABC가 무엇을 했다.'라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왜 '우리 회사'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까요?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제3자가 이야기하듯이 표현합니다. 그만큼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애정이 없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장이 내부 직원들을 1순위로 여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팀이, 각 직원이 서로를 고객이라 여기고 존중해야 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갈등이 최소화되고 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집니다. 생존과 성장이 우선인 중소기업일수록 자체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 같은 회사 문화를 갖는 것 이 더욱 필요합니다. 사장은 그것을 넘어서는 직원 1순위, 각 팀 및 직원 2순위, 고객 3순위로 회사를 경영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