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을 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9)
처음부터 대기업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창업하는 사장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작더라도 내실 있는 회사를 만들고 부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그 꿈도 점점 더 커지겠죠. 창업 초기 사장은 제품 개발과 생산에 몰두합니다. 영업도 사장과 일부 능력 있는 직원이 발로 뛰어야 합니다. 일단 매출을 일으켜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회사도 어느 정도 성장하고 매출도 안정적인데 어느 시점부터 이상하게 회사가 삐걱거립니다. 늪에 빠진 것처럼 회사가 제자리걸음을 합니다. 사장은 이 늪에서 벗어나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싶어 합니다. 인력과 조직도 확충하고 다른 노력도 하는데 왜 회사가 더 나아가지 못하는지 이해를 못 합니다.
창업을 하는 사장은 기술 분야 전문가가 많습니다. 연구개발이나 제품 품질 등은 굉장히 신경을 씁니다. 그러다 보니 관리 부문은 소홀하고 영업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경험한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죠. 여기에서 회사 정체의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회사가 정체를 벗어나 도약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는 조직이 관리 부문입니다. 또한 매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영업의 조직화가 필요합니다. 사장이 직접 영업해온 방식과 팀을 이루어 영업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관리와 기획 부문, 영업 부문을 강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일단 기획관리 부문 강화의 이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회사에서 꼭 필요한 기능을 중심으로 조직을 만들게 됩니다. 관리부문도 처음에는 경리 업무 정도만 두게 되죠. 아무래도 돈을 만지는 역할이다 보니 전적으로 믿고 맡길 수는 없습니다. 직원을 뽑아서는 단순 출납업무만 맡기고 실제 자금 관리는 사장이 직접 하게 됩니다. 장부 기장은 세무회계 사무소에 의뢰합니다. 이후 매출 규모가 커지면 이 자금 업무를 사장이 직접 하기 어렵습니다. 믿을 만한 측근에게 맡기고 싶어도 회계나 자금 관리 경험이 없으면 쉽지 않습니다.
인원이 늘어나면 인사 문제가 대두됩니다. 사장이 사람 문제를 계속 신경을 써야 합니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직원들과 법적인 부분도 문제가 됩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장보다 직원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장이 모든 직원들을 개별적으로 상대할 수는 없습니다. 인사문제도 인력을 보강해 회사에서 정확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관리 부문이 취약하면 회사 내 기초 데이터 축적이 되지 않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관리 부문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회사에는 기획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관리 부문에 경리팀, 회계팀, 인사팀, 총무팀 등으로 분리, 운용하고 있는 회사도 기획팀은 별도로 두지 않는 회사가 많습니다. '기본 관리 조직만 있으면 되지 기획이 뭐 필요하냐?'라고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획 기능은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일단 회사의 기초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장 의사결정을 도와줍니다. 관리팀장이나 회계팀장은 현업이 바빠서 분석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자료를 생성하는 역할을 주로 하는 것이죠. 이 생성된 자료를 분석하는 것이 기획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또한 회사의 지속 변화와 성장을 위해서는 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전략 수립은 회사 및 상품, 사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기획자는 분석을 통해 회사 전략 수립과 혁신을 위한 사장의 참모 역할을 하게 됩니다.
기획자는 회사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어 회사 시스템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추진할 수 있습니다. 정보시스템을 도입할 때도 전산 담당자보다 기획자가 담당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획과 관리 부문을 강화하여 회사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기획과 관리 부문은 사장과 많은 대화를 하고 회사 내부의 많은 정보도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는 곧 힘입니다. 보유한 정보로 인해 회사 내 파워가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 점을 유념하고 사장은 관리 부문들이 상호 견제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정팀이 월권하거나 타 팀에게 갑질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아야 합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관리 부문은 적정규모로 유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관리 부문이 너무 비대해지면 회사가 관료화되고 분석을 위한 분석을 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영업 부문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회사를 먹여 살리는 부서는 영업팀입니다.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팔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죠. '영업은 회사의 얼굴이고 꽃'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영업이 중요한 만큼 영업팀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이 회사의 임원이 되어야 직원들이 영업을 존중합니다.
영업이 강하면 회사도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강한 영업팀은 회사 내에서도 대우가 남다르기 때문에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반면 영업력이 없는 영업팀은 회사 내에서도 존중을 받지 못합니다. 존중은커녕 무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안 그래도 힘든 영업을 하는데 회사 내에서도 무시를 당하면 회사를 오래 다니기 어렵습니다. 사람이 자주 들고 나면 회사는 영업 노하우를 가질 수도 없고 매출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장은 강력한 영업팀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우리 회사 영업의 성격을 다시 파악해야 합니다. 회사 영업 성격을 잘못 판단하여 영업직원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B2B 영업을 하는 회사인데 실제 영업하는 방식은 보험회사처럼 하고 있지는 않나요? 매일 아침에 직원들에게 물건을 팔아 오라고 내보내지는 않는가 하는 말입니다. 영업 방식은 예전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자문해봐야 합니다. 영업도 '라떼는 말이야.'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 시도했다가 실패한 방식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업시스템도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회사에 제품의 가격 정책, 영업정책을 만드는 사람이나 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영업시스템이 없는 회사는 가격을 사장이나 임원의 감으로 정하고 영업 정책은 수시로 바뀝니다. 영업을 하는 직원이 제품 가격도 정확히 모릅니다. 견적 의뢰가 들어오면 팀장이나 내부 사무직원에게 계속 물어봅니다. 가격정책이 없으니 제품 가격을 제시할 자율권도 없습니다. 무조건 팀장에게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상황이 이러면 영업을 하는데 적극성을 가질 수 없고 무기력해집니다. 이 같은 이유들로 가격 정책, 영업정책, 영업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영업시스템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업직원들에게 제품 교육을 수시로,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그냥 제품 소개서만 달랑 던져 주어서는 안 됩니다. 제품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우면 설명하기 어려우니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추천을 하지 않습니다. 교육을 통해 제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영업직원들은 제품에 관해서는 개발팀을 제외하고 회사에서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영업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무시도 당하고 각종 수모도 당하죠. 사장은 영업직원의 고충을 이해해야 합니다. 영업팀장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사장이 직접 영업직원들을 챙겨야 합니다. 영업을 키우고 힘을 실어줘서 최강의 영업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주의할 점은 회사의 공식적인 자리에서 '영업이 최고다'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영업은 과실만 따먹는다' '영업팀에 어떤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닐까?' 하고 다른 팀들의 불신과 오해를 불러 올 수도 있으니까요.
회사에서도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팀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 기획관리부문과 영업부문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기획, 관리, 영업, 연구개발, 마케팅, 생산, 품질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문이 없습니다. 그중 이 두 부문이 회사의 내 실을 다지고 결실을 만드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특히, 기획관리 부문은 당장의 매출과 직결되지 않으니 직원 채용을 주저합니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회사의 약한 고리를 강화하면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