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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Jul 03. 2017

칠월

주룩주룩 

0. 꿈

나는 어느 푸름푸름 가득한 섬(대륙에서 많이 멀지 않은)에 지인들과 있었는데, 어마 무시한 지진이 나는 바람에 그 섬은 대륙에서 떨어져 아주 멀리 바다 한가운데로 이동해 버렸고, 돌아갈 길이 막혀서 나는 서울에서 예정된 계획들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는데 같이 있던 지인은 차라리 네가 여기 발이 묶여서 결혼을 못했으면 좋겠다고 키득키득 웃었다. 


1. 과거

주말에는 많은 것들을 보고 먹었다. 경마장에 가서 내가 사랑하는 말들이 달리는 모습에 온 힘을 다해 집중해서 바라봤고, 돈도 꽤나 날렸다. 그와 함께 고른 멋진 나무는 엄마에게 선물했고, 작은 덩굴 식물은 내 책상 위에 걸어두었다. 홀짝홀짝 와인도 마셨고 무료 영화도 보았으며 그과 함께 친구들을 만나 몸보신도 할 수 있었다. 정말 맛있고 건강한 음식들을 먹으며 많이 웃고 떠들었고, 그의 친구 아들인 작은 아기도 안아보았다. 아기는 별로야!라고 했지만 막상 아기가 웃는 것을 보면 나도 따라 웃음이 났다. 우리 가족과 그의 첫 만남이 있었는데 나는 겉과 다르게 긴장을 많이 했는지 너무 피곤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금방 잠이 들었다. 엄마는 아들이 생긴 것 같아 좋다 하셨고, 그도 즐거웠다고 했다. 


2. 현재

큰 잔으로 커피를 마셨으나, 정신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할 일은 있는데.. 하기 싫어 죽겠고 아무것도 모르겠으니 기록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길게 늘어졌다가 다시 짧아지기를 반복했는데 내 나이와 내 외모와 내가 가진 것들과 내 주변의 상황들이 모두 한 편의 뻔한 시나리오를 보는 것 같아서 살짝 지루해졌다. 남들은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을까? 나는 내가 무언가를 제대로 하고 있긴 한 건지 궁금하다. 그 와중에 나는 인터넷에서 장을 보고, 장바구니에 물건들을 담았다. 이런 날씨에는 따듯한 차와 책, 침대에서 꼼짝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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