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하는 달팽이
창 밖 하늘에 새 한 무리가 규칙 없이 흩어져 날고 있었다. 어디론가 향하는 게 아니라 한 곳에서 빙글빙글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검은 날개들의 움직임을 한참 바라보았다. 허무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티브이에서는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유명한 패션 브랜드를 창립한 거장이 잠을 자다가 죽었다고 했다. 같은 회사의 동료의 아내가 병을 앓다 끝내 떠났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하늘은 오늘따라 왜 더 아름다워서 슬픔을 느끼게 하나, 다시 올려다본 하늘에 그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탄 버스는 갈길을 잃은 돛단배같이 멀미를 유발하며 계속해서 출렁거렸다. 해는 서서히 지고 있었고 마지막 오렌지색 빛이 철로 된 구조물을 비추었다. 새로 이사 갈 집의 느낌이 어떻냐고 그는 물었다. 나는 계단에서 굴러버릴 거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아마도 아기가 있는 삶은 영영 내게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가지지 못할 때가 더 간절하듯 평생을 간절하게 그냥 나를 마지막으로 떠났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도 아니 지금도 나는 공공장소임에도 눈물을 자제하지 못하고 말았다. 몇 달 전 눈덩이가 멍든 것 같이 아파 안과에 갔던 날 의사에게 물어봤다. 안구 건조증이 심하다면서 왜 저는 자꾸 눈물이 날까요? 건조하다면서 왜 눈물은 끊임없이 갑작스럽게 자주 흐르는 건가요? 그는 안구건조증과 눈물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어쩌면 때마침 흘렀던 막스 리히터의 음악 때문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