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순간들
피곤해서
사무실에 잠시 엎드려
눈은 자꾸 감겨서 깊고 짧은 잠이 들었네
그 먼 길을 나는
어떻게
갔을까
나는 재미가 없으니
너라도 즐겁게 지내라니
그거면 됐다니
너와 나를 묶어 얘기하다니
너는 결코 네 생사를 내게 알려주지 않을 테니까
너도 언젠가 하게 될 결혼을 미리 축하하는 마음으로
나는 너의 선물을 감사하게 받았다
친구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순간은 순간이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았다
풍경과 계단과 새소리가 계속 그리웠다
그러다 내 왼쪽 엄지 손가락에 보조개가 파여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급하게 꿰맸던 그 날로부터 9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내 엄지가 특별하게 보였고
보조개가 깊으니,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다음에 커서 토끼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사람을 알고 지낸 적이 있다
자신의 장래 희망은 집고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알고 있다
나는 남들에게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만 했지 스스로의 대답은 듣지 못했다
늙어서도 언제나 남들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