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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Oct 24. 2018

가을에서 겨울로

10월의 日記

작은 화면으로 서른의 강을 읽었다.

나는 서른 끝자락에 결혼을 했다.

내 이야기가 소설이 되어 있었다. 신기했고 슬펐다.

요 며칠간 골치 아픈 일이 많아서 사용하는 언어의 대부분이 욕이었다. 아니 욕뿐이었다.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겨울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내 부모를 만난 숫자만큼 의무적으로 상대의 부모를 만나러 가는 일들은 나를 죄어왔다. 생각을 바꿔봐도 잠시 뿐, 분위기나 입장이나 돌아오는 모든 것들이 같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는 비교를 멈출 수 없는 것일까. 인정도 포기도 놓아버림도 그 어느 것도 나를 자유롭게 돌려놓을 수는 없었다.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날들이 많아졌다.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바꾸지 못해서 눈물이 났다. 이 모든 것이 '결혼'의 결과는 아닐지도 모르나 최근 내게 주어진 터닝 포인트 지점은 '결혼'이 분명했다.

감정은 하염없이 출렁거린다. 넘쳐서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밖으로 내뱉어야 내가 살 수 있어서 계속해서 나는 불만들을 내뿜었다. 그것들은 그에게로 가 상처를 주고.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우울한 시간들이 저벅저벅 지나가고 있다. 이러다 마흔이 될까. 불만이 내 영혼을 잠식하고 있다. 인간은 혼자나 둘이나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생명에 대한 욕구조차 없는 나는 어느새 평범함의 탈을 쓰고 슬그머니 여기까지 밀려오고 말았다.


이른 저녁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지하철 창으로 하얗게 빛나는 레몬색 보름달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는 빛바랜 형광등과 어두운 도시의 윤곽이 섞여 무기력하고 끔찍하게만 느껴졌다.  

망할 역에서는 고맙게도 남편이 오리 새끼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못난 나를.

맘에 안 드는 것들을 고르지 않고 모두 쏟아냈다. 그는 듣고만 있었다. 다 토해내고 나니 내가 참 모자라 보였다. 이럴 자격이 있나 싶었다. 눈물은 자꾸자꾸 흘러서 멍청이 같은 얼굴이 되고 그는 그럼에도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고맙고 너무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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