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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nger Than Paradise

재작년의 어느 날 00

by 초록낮잠

우연히 끌려 즉흥적으로 구입한 이장욱의 '천국보다 낯선'

진짜 오랜만에 소설을 몰입해서 읽었다. 최근에 누군가 내게 난 본성이 못돼먹어서 너무 착하고 바른말만 하는 것 같은 에세이류는 싫다- 고 했던 말이 걸려서 일지도 모르겠다.


눈가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느껴지는 것 같은 불안하면서 매혹적인 심리상태로 나의 독서는 끝이 났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터널'이 계속해서 등장했고, 언젠가 내가 종종 느꼈던 정신상태와 감정의 기록들 덕분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나도 터널 끝 그 작은 빛을 고요히 응시하며 모든 정신을 집중하곤 했는데 그 순간만큼은 놀라울 만큼 침착한 내면의 극에 다다른다. (그래서 터널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A를 만나고 싶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죽어버린 A. 터널에서 비 오는 좋은 날 떠나버린, 왠지 만날 수 있다면 그녀는 빛바랜 옥색일 것 같다(내가 정말 좋아하는 색) 인생이 사랑이 이런 똥 같은 것들이 다 뭐냐고 소리쳤을 때 저 멀리서 아주 희미하게 깜박이고 있을 형체 모를 불빛 같은 느낌이다. 가보았던 곳에 또다시 갔을 때 낯설다 느끼는 것과, 가보지 않았던 곳에 처음 갔을 때 친숙하다 느끼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아 슬프다, 슬펐다 인생에 별다른 기대가 없다고 하는 J의 독백이..


나도 여전히 오늘도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다. 그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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