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과 같은 마음이라는 건
오랜만에 긴장감이 극도로 느껴지는 악몽을 꾸었는데,
나는 꿈인걸 알고 있어서 빨리 깨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꿈에서 깼고 생각보다 피곤하지는 않았다.
기분 나쁘게 생각할 것 하나 없다, 아무도 싫어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모두 같이 죽음으로 가고 있으니까. 주어진 시간이 영원하지 않으니까, 그저 상냥한 마음이면 다 될일 아닐까.
맞은편에 미꾸라지 같은 용이 그려진 커다란 추어탕 전문점의 간판이 보였다. 형광 노란색 니삭스와 형광 노란색 운동화를 신은 남자가 지나갔다. 손잡은 커플들의 말소리가 들리고, 그들의 커플 운동화가 떨어진 낙엽들을 밟아 가루로 만들었다.
뿌연 군청색의 하늘과 손에 걸린 커다란 종이백들과 촌스러운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고 있었고, 작은 여자와 키 큰 남자가 지나간 뒤로 얇고 마른 중년의 아저씨가 스마트폰을 보고 서 있었다.
하늘색 버스에 인간들이 줄줄이 기다렸다가 올라타고 있었다, 끝도 없이.
나는 필요한 것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돈을 쓰려는지 얇게 입고 나와서 따듯한 니트를 사려고 했으나 다행히도 맘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기린이 아닌 모든 것에서 계속 반복되던 심해어라는 단어가 자꾸만 떠올랐다.
바다 아주 밑으로, 검정 세상으로 가는 것을 상상한다.
모든 것을 반납할 때가 오면 나는 기분 좋게 맞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평온한 평화로운 메이의 따듯한 체온이 느껴지는 행복한 밤이다.
내가 소설을 쓴다면 마지막 문장은 너무 행복해서 죽습니다-라고 적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