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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Nov 30. 2016

겨울나기

혹시 너, 나를 불렀니


따듯한 분위기 좀 낼까 하여 노오란 조명을 하나 샀다. 그녀는 내 무릎에 누웠고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나는 달력을 그렸다. 다섯 줄이면 올해도 끝이 난다는 걸 그리고 보니 알았다. 낙서도 하고 지난날 일기장들을 펼쳐보려다 처음 잡힌 페이지에 너무 많은 기억들이 한꺼번에 떠올라 겁이나 닫아버렸다.


정확히 J의 목소리가 들린 건 내게 어떤 의미일까.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기리는 의식일까

내게 J의 기억은, 나의 기억이다 내가 나를 기억하는 방법이며, 내가 나를 벅차게 사랑했던 때로 데려가 주는 타임머신이다.


꿈에, 왜 나와 나의 가족은 어떤 무서운 존재를 피해 도망치고 있었을까. 기억나는 배경 1 어둡고 고급스러운 호텔 바, 배경 2 비 오는 하늘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주변은 골목 바다 뭐 그런 느낌 배경 3 화려한 조명 우리는 웃고 떠들었다.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어느 시인의 말처럼 지구는 버려진 별이 아닐까 생각했다. 멈춘 것 같던 11월의 마지막 날,  날짜라는 개념은 언제부터인가 특별함을 잃어버린 것 같다. 날 사랑한다고 적힌 Y의 편지를 읽었다. 언젠가, 우리는 주름이 가득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웃고 있을 것만 같다. 오늘 하루도 침착하고 평온하게 아프지 않게 1분, 한 시간 세 시간 반 다섯 시간 십이 분 아홉 시간 사십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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