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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Jan 10. 2017

안녕

Friendly Fire

내 꿈은 독일 작은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소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멍 난 옷을 입어도 얇은 빵 한 조각과 과일로 식사를 해도 더 이상 욕심이 나지 않는 그런 시간들에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건 단순히 여행자의 입장에서 이방인으로 잠시 동안 낯선 땅에 머물 때에나 가능한 이야기 일 것이다. 그 꿈의 시발점은 행복했던 그 순간이겠지.


B는 내게 그 꿈을 버리지 말라고 말했고 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도 필요한 거라고 말했다. B는 언젠가 내게 '너는 그러고 보면 정말 예술가 같아'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후 나는 가끔씩 그의 말을 떠올리면 알 수 없는 좋은 기분이 들었다. 전혀 '예술가'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내게, 회사에서 컴퓨터만 온종일 마주하는 내게 그가 무심코 던진 문장은 아무래도 어떤 에너지가 된 모양이다. 아마도 나는 D에서 B가 전해주었던 책이 없었더라면 더 끔찍한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어떤 명리학자의 '당신은 흐르는 물의 성향을 갖고 있어서 고이면 스스로를 썩게 하기에 흐르면서 살 수밖에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직 흐를 곳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내일의 시간은 내게 약속되지 않아서, 오늘도 업무 사이에 틈틈이 글자를 끄적인다. 앨리는 결국 앨리를 찾지 못하고 끝이 나는 것은 아닐까. 만나서 회색이 되면 그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올빼미의 없음을 읽고 있는데, 글씨를 읽고 뒤로 돌아가 다시 읽고 또 덮어두었다가 읽어도 계속 새롭다. 몰입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올해에는 무슨 재미난 일이 생길까? 언제 그랬냐는 듯 어린아이 같은 생기를 되찾고 싶다.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연기를 해서라도. 최근 꾼 꿈들 중에 기억이 남는 장면은 액자 그림처럼 조용한 풍경이었는데 나는 누군가와 그 앞에 서 그 풍경을 바라봤고 그 그림은 그림이 아닌 실제 창 밖 풍경이었던 것 같다. 높고 가지런히 심어진 나무들 사이로 길이 나 있고 전체적으로 푸른빛, 하얀 눈이 가득 내려있었다. 그 길이 끝나는 지점에 커다랗고 맑은 호수가 놓여 있었는데 한참 동안 그걸 바라보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나는 문을 열고 깨끗한 공기와 차가운 한기를 느끼며 그 길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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