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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Feb 16. 2017

어젯밤 꿈

내 옆에는 나의 고양이가 있었다

컬러로 만들어진 어젯밤 꿈에서는 나는 애초에 타지로 떠나 올 때 갈색 강아지와 함께였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내게는 지금 현실에 존재하는 회색 고양이뿐이었고 그 강아지는 어디론가 사라져서 함께 찍은 사진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찾으려고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나는 꽃무늬 카디건을 입고 회사 동료들과 산 꼭대기 움품 파인 얕은 호수에 발을 담그고 수다를 떨었는데 물은 맑았고 근처에는 눈도 쌓여있었지만 춥지는 않았다.


    정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요지경이다.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고, 그래서 아프기도 행복하기도 저릿하기도 하다. 내가 정말이지 너무나 반짝거리게 사랑했던 그는 결혼을 해 오래전 내가 운명같이 만났던 옛 연인의 생일과 같은 날짜에 아이를 낳았고 그 옛 연인과는 타이밍이 빗나가 결혼할 수 없었고 나와 정말 닮은 어떤 남자를 만났을 땐 나의 단점까지 꼭 같아 소스라치게 도망쳤고,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그러다 비슷한 성장과정을 지나온 예술가를 만나 나는 그의 짝꿍이 되었다가 글과 그림과 음악을 그렇게 서로에게 열성팬이 되어주었고 그와 나는 어떤 의미에서 가족이기도 했으며 나의 살갗 어딘가엔 내가 배 아파 나은 아이만큼이나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가 새겨준 그림이 있고 나는 앞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것이며 언제나 사랑을 원할 것이며 또 잃더라도 찾아낼 것이며 전혀 기대치 않았던 인연과 설렘이라는 감정을 나누고 가을에 태어난 그들을 나의 비밀번호인 그들을 나와 닮은 그들을 어쩌면 언제까지나 사랑할 것이고 지금 내일 10년 뒤 불현듯 언제나 없이 , 지나간 그들과, 기억의 그들과, 그들과 함께했던 빛나던 나의 모습들과, 더 멋있어질 그들, 잘 살아낼 그들을 종종 생각하게 될 것이다. 주황빛 가득한 터널을 지날 때에도 창밖을 바라보다가도 우산을 쓰고 걷다가도 어떤 음악을 듣다가도 우리가 함께 먹었던 음식을 먹다가도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생 속에서 다시는 마주칠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오늘도 그들을 살짝 떠올려봤다. 고마운 감정 그게 전부라서,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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