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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Feb 27. 2017

공기와 꿈

마음의 상태

난 정말이지 운이 좋은 사람 같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자주 그 문장을 말하고 다닌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운이 좋다고 할 만한 일들이 생기곤 했다. 원하던 장소에 들렀는데 좋은 자리가 딱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아주 예쁜 카페를 찾는다거나, 누군가 내게 호의를 베풀거나, 위험한 상황들과 마주치지 않거나, 별 탈 없이 여행을 끝내거나, 좋은 집을 구하게 되는 것들.


    그래서 아직까지 살아있고 그래서 가능한 한 최대한 빨리 죽을 것이다. 그래도 부모님보다는 늦게 가야 지하고 생각한다. 나는 한없이 우울하고 명랑한 인간이라 부디 제발 좀 감정에 의연해지자고 노력하는데 역시나 잘 되지 않으며, 생각을 억지로 잘라내고 시간들을 가위로 자르고 불로 태우고 익사시킨다. 혼자서는 한계에 닿아 결국 타인을 붙잡고 쏟아내다가 이내 후회하고 결국 마지막에는 그 새벽을 조용히 입에 물고 삼키게 되었다. 아마 M이 없었더라면 더 최악이었을 것이다.


    나는 '사람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문장을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와 동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대도 없고, 요구하기도 싫다. 타인에게 기대는 건 내겐 독약이고, 나의 요구들도 결국에는 파도에 쓸려가는 모래성이 될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런 의미에서 나는 결코 성숙해질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하다. 빨리 길고 긴 잠이나 들어버렸으면 했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들 수 없어서 션 레논의 'Hazel's Waltz'를 반복 재생에 맞추고, 이장욱의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을 펴서 소리 내어 읽었다. 이럴 때일수록 그 아름다운 텍스트들은 내 심장 부근에 명중해 버리고 지금 이 밤이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하다고, 다행이라고 적었다.


하긴 인연이 그렇게 쉬운 거였으면, 다들 인연을 못 찾고 헤매는 일 따위는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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