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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Feb 26. 2020

도로 위의 풍선

풍선은 여전히 떠다니고 있다.

사람들이 많은 주말 거리였다. 

어디선가 와와- 탄성에 가까운 소리가 들려 돌아보았더니 좁은 도로 위로 파란 풍선 하나가 나뒹굴고 있었다. 

풍선은 차가 달려올 때마다 바퀴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갔다. 


걷던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풍선의 안위를 한참 지켜보았다. 횡단보도가 있던 곳도 아니었고, 그저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여서 누구도 풍선을 가지러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풍선은 스스로 도로를 탈출하는 수밖에 없었고, 도와줄 것은 바람뿐이었다. 


버스 한 대가 저기서 달려왔고, 풍선은 버스의 바퀴와 바퀴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다시 비켜 날았다. 다음엔 트럭이 달려왔고, 이번에도 풍선은 무사했다. 지면과 더 가까운 승용차 한 대가 달려오자 나도 모르게 귀를 막았지만, 이번에도 풍선은 용케 차를 피해 옆 차선으로 이동했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하나 둘 다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풍선의 독주는 계속됐다. 나는 풍선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풍선의 끝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처럼 계속 풍선을 지켜봤다. 차는 계속 달려왔고 풍선은 계속 도망쳤다. 


애초에 누군가 풍선을 놓쳤을 것이다. 누구일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칠 무렵 누군가 으앗! 하는 비명을 질렀다. 


풍선은... 


Photo by Ritu Arya on Unsplash


풍선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나는 더는 서 있을 수 없었다. 이제 갈 길을 가야 했다. 

그러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생각했다. 


도로 위의 풍선은 어떻게 됐을까. 


여전히 차들 사이로 떠다니고 있을까. 

아니면 결국 빵! 터져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을까. 


벌써 오래 전의 기억.

기억 안에서 그 풍선은 여전히 떠다니고 있다.


때론 아무 의미 없는 장면들이 종종 떠오를 때가 있다. 

대게는 결말 나지 않거나 결말을 모르는 일들이다.

그런 것은 기억이라기보다 파편에 가깝다.

깊이 박혀 도저히 빠지지 않아 두었더니 점이 되어버린 가시 같은 것이다.


가끔 그런 것에 대해 쓰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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