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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Jul 22. 2023

삶의 근력

3p

| 소속이 사라지며 자연스럽게 다시 무기력이 찾아왔다. 한동안은 소파에 있어도 책상 앞에 있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기만 하거나, 보는 것조차도 하기 힘든 날들이 이어졌다. 그럴 땐 그냥 쉬면 될 텐데 쉬는 방법을 잘 몰랐다. 주변에서는 이럴 때 여행이라도 가라는데 여행을 갈 기분도 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으니 무기력인 거겠지. 뭐라도 하고 싶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 아닌가 싶었다.


| 내 주변에는 매주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로 남편과 동생이 있다. 둘은 매주 서너 번은 구민체육센터 헬스장에 나가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들을 보다가 나도 문득 결심했다. 주 2회 운동해 보기로. 일명 라운드 숄더. 굽은 등과 어깨를 바로잡기 위해 동생에게 맛있는 밥을 사고, 트레이닝을 받기로 했다. 막상 시작해 보니 대부분의 근력운동은 무거운 걸 들어 올렸다 내리는 것이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는데 동생이 나의 고질적인 문제점 하나를 지적했다. "누나는 들어 올릴 땐 천천히 잘 올리면서 내릴 땐 너무 쉽게 툭 놓네. 그러다 다친다." 내 인생의 문제가 뭐였는 지 그 말을 듣고 알았다.


| 모든 일을 시작할 때는 공을 들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게 내 의도와 상관없이 종료되거나 실패하거나 하면 너무 쉽게 미련 없이 돌아섰다. 마치 그런 일은 한 적도 없던 것처럼. 훌훌. 한때는 그게 쿨한 줄 알았다. 내 정신건강을 위한 옳은 선택인 줄만 알았다. 지나고 보니 그런 일은 없다. 공들였는데 어떻게 쉽게 놓나. 사람이. 힘든 건 힘든 건데 회피한 것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엉뚱한 데서 꼭 사고를 쳤다. 동생 말이 맞다. 힘들게 들었으면 놓을 때도 천천히 놔야 된다. 서두르지 말자. 툭 놓지 말자. 그게 내 몸과 마음, 시간에 대한 예의라는 걸 평생 관련 없던 근력 운동하며 깨닫다니. 참, 허투루인 건 아무것도 없다니까.


| 그렇다고 버티는 게 반드시 미덕만은 아니다. 너무 오래 버티면 다음 세트를 못 든다. 그러니까 뭐든 리듬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 앞으로도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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