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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Aug 10. 2023

엄마의 사진

| 울 엄마는 사진 찍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어딜 가나 사진을 찍는다. 나와 내 동생의 변천사, 아빠가 피부도 머리카락도 모두 새카맸을 때, 외할아버지가 남동생 돌 때 처음으로 부산집에 놀러 오셨을 때, 또 돌아가신 친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몇 달간 우리 집에서 지내셨을 때, 지금은 있거나 없는 사촌 언니 오빠들의 어릴 적 모습들도 모두 엄마가 찍어놓은 사진들 속에 있다. 내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내 친구들의 사진들도. (언제 찍은 거지?) 책꽂이 2칸 가득한 앨범들. 엄마가 환갑이 되셨을 때는 그간 엄마가 만든 모든 옷을 입고 동네 작은 스튜디오를 빌려 사진책 한 권을 만드셨다. 물론 이번엔 엄마가 주인공이어서 그 사진들은 모두 나와 남동생이 찍어야만 했다.


| 그런 엄마의 사진에 대한 마음을 집착이라 생각한 때가 있었다. 어디든 좋은 풍경이 보이면 "거기 서 봐." 하고 사진을 찍는 울 엄마가 성가시고 귀찮아서 "아 됐어. 창피하니까 빨리." 하고는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찍은 사진도 여러 장이었다. 나중에 그러니까 비교적 아주 최근에 엄마는 단 1장도 남아있지 않은 외할머니 사진이 그렇게 갖고 싶었다고 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 평생 농사일만 하다 아이 일곱을 낳고 돌아가신. 부산에 있는 넷째 딸네는 들르지도 못하셨다는. 내게는 그저 엄마의 말속, 이미지로만 남아있던 외할머니가 그때부터 궁금했다.


| 어느 날, 엄마의 앨범들 속에서 숨어있던 외할머니를 찾았다. (마치 월리를 찾아라 처럼.) 어느 잔칫날, 외할아버지와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시고 친척들 사이에 앉아있는 손톱보다도 작은 얼굴이 외할머니였다. 포토샵을 잘 만지는 남편이 그 사진 속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확대해서 두 분의 사진인 것처럼 편집했다. 몸이 다 드러나지 않은 부분은 누군가의 한복 입은 몸을 합성해 자연스럽게 만들고. 그게 엄마가 가진 첫 엄마의 엄마의 사진이 됐다.


| 올해 7월은 엄마의 칠순이었다. 엄마는 가족이 다 모인 날엔 무조건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앞장서 풍경이 좋은 곳으로 달려갔다. 나는 그런 엄마를 놓칠세라 계속해서 핸드폰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수십, 수백, 수천 장 엄마의 사진을 가진 나는 그 사진들만큼 엄마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사진들. 나는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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