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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Aug 18. 2023

루틴들

내가 매일 반복하는 일들

| 모닝페이지 : 몇 년 전,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한동안 아침에 일어나 종이 위에 생각을 쏟아대는 '모닝페이지'작업을 몇 달간 지속했었다. 그러다 또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침으로 돌아갔다. 최근 다시 모닝페이지를 쓰고 있다. 아끼던 새 노트를 이것으로 시작했다. 하루에 3장. 손글씨로 3장을 채우기란 만만하지 않다. 글씨는 날아가고 펜을 쥔 손가락은 얼얼해진다. 사실 쓸 말이 그리 없을 때도 많다. 대부분은 오늘 아침은 컨디션이 좋다. 나쁘다. 날씨가 흐린 것 같다. 아니다. 영심이가 밥 달라고 울었다. 옆집 개가 짖었다. 등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새 나는 강원도의 어느 바다나 카페. 혹은 아주 먼 미래에 닿아있다. 노트를 덮으면 부엌에서 달걀 프라이를 만드는 남편의 뒷모습이 보인다.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싶다.


| 스트레칭 : 이 역시 매일 지속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더욱이. 페이지를 쓰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둘 중 하나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순서를 정하기로 했다. 일단 모닝페이지를 쓰고 몸을 움직이기로. 내 안의 무의식을 모조리 쏟아내고 0의 상태가 되었을 때 몸을 풀기 시작한다. 안 그러면 몸을 움직이는 내내 잡생각이 너무 많아 동작을 놓친다. 어쩌다 이렇게 생각 많은 인간이 되었을까.


| 스쾃 : 하루에 100번은 하려고 노력한 지 역시 2주가 되었다. 돈을 걸고 스쾃 직전의 내 다리를 찍어 올리는 앱에 챌린지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목록을 보니 모두 구부린 무릎을 찍어 올렸는데 그 너비며 각도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혹시 자세만 찍고 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상상해보기도 하지만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돈을 걸었으니 일단 최대한 해보자고 다짐. 정한 횟수가 100회였다. 처음엔 30회로 시작했었다. 스쾃 100회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이제 약 6분 정도. 다 하고 나면 두 허벅지가 얼얼하고 약간의 땀도 난다. 스쾃이 반복 동작인 것처럼 루틴도 반복된다. 반복을 지속하기. 그 훈련에 스쾃만 한 것이 또 없다.


| 독서 : 어느 정도 아침의 의식이 끝나고 식사까지 마치면 비로소 책상 앞으로 간다. 당장 내 글쓰기가 시작되지 않아 남의 글부터 읽는다. 세상엔 얼마나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은지. 재미있는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고. 그렇다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는 않는다. 아직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독서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아직 남아있는 내 이야기부터 뱉어내야 한다. 약간의 죄책감으로 독서를 마치고 나면 쪽수를 헤아린다. 오늘은 32쪽을 읽었구나. 내 글도 이만큼 쓸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아니. 가능할 수도. 독서는 희망고문이다.


| 글쓰기 : 드디어 본업으로 돌아왔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새하얀 한글 프로그램. 커서만 무심하게 깜빡이고 있다. 매일 n 쪽을 쓰겠다는 다짐은 어디로 간 걸까. 어쩌면 단어 하나도 못 쓴 채 하루가 끝날 수도 있겠지. 어떤 작가들은 목표한 분량을 채우면 스스로에게 맛있는 걸 사 먹인다는데. 나의 보상은 뭐지? 보상에 대해 갑자기 몰입해 버렸다. 배달앱을 하염없이 뒤진다. 아, 아니야. 지금 네가 할 건 글쓰기라고. 이걸 매일 반복하는 게 나의 루틴이 되어간다. 그리고 또 뭐, 이런 걸 써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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