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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Sep 04. 2023

월요일의 다짐

| 새로운 계절의 시작. 새로운 달의 시작. 그리고 다시 일주일의 시작. 이번 주 월요일은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시작된 기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여니 바람이 제법 시원했고, 마음은 한층 가라앉았다. 불 꺼진 방 안에서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다가 그렇게 길게만 느껴졌던 이번 여름 천천히 떠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 지난주에는 술을 참 많이도 마셨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소식이 궁금했던 사람들을 보고, 취기에 비틀비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음 주는 술 절대 안 마시리라 다짐하면서. 사실 그런 시간도 필요했다. 한동안 모든 것을 핑계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으니까. 여전히 못 본 얼굴과 못 한 말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월요일이 되었으니 리셋.



| 오후에는 잎차를 내려 마셨다. 아끼느라 찬장에 넣어뒀다가 까먹었던 찻잎이었다. 한동안 더위 때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셨었다. 포트에 물을 끓이는 게 반갑게 느껴졌다.


| 월요일의 헬스장에는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다. 저번 주의 무언가를 털어내기라도 하듯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이었다. 나도 평소보다 더 오랫동안 운동을 했다. 온몸이 뻐근하고 녹초가 되었지만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면서 이번 주는 어쩐지 잘 흘러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이번 주에 지키고 싶은 것들을 포스트잇에 적어 컴퓨터 모니터 앞에 붙여두었다. 3끼 식단 기록, 주 3회 헬스장 가기, 읽다 만 책 마저 읽기, 10분 이상 외국어 공부 앱 따라 하기. 너무 많이 썼나 싶어서 걷어낼 항목을 잠시 고민하다가 그대로 두었다. 어차피 일주일이 지나면 걷어낼 항목은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까.


| 월요일 밤이 다 가기 전에 이렇게 뭔가를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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