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글쓰기를 시작한 장소는 카페였다. 정확하게 짚자면, 이 말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상징적으로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이니까. 어쨌거나 글쓰기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소는 언제나 카페라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대부분 집, 내 책상 앞에서 하루를 시작하지만 뭔가를 제대로 쓰겠다고 마음먹은 날이면 아침 일찍부터 배낭을 챙긴다. 내 오래된 흰색 배낭 속에는 노트북과 읽다 만 책, 손바닥만 한 수첩과 파란색 볼펜, 연필 한 자루가 항상 들어있다. 간혹 섬세한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노트북 대신 접이식 키보드만 가지고 나갈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이렇게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지는 않는다.
아침 일찍 카페로 나가겠다고 생각한 날은 주로 써야 할 뭔가가 코앞에 닥쳐 있을 때다. 그럴 때는 전날 잠자리에 들기 전부터 머릿속으로 다음날을 구상한다. 그게 원고 내용이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내일의 작업 환경을 어떻게 해야 능률이 오를까에 대한 부차적인 고민이다. 비록 핑계일지라도 오늘 책상 앞에서 어디론가 흘려버린 시간을 내일은 어디라도 나가야만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초조한 기분. 드물게 알람 소리도 없이 깨어난 아침. 묵직한 배낭을 등에 지고 나설 때면 돌아오는 길은 제발 마음이라도 가볍기를 바라게 된다.
카페에서의 아침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되도록 오전 11시 이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이른 시간에는 비교적 일찍 문을 여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로 간다. 그런 카페들은 어디에나 있어서 부담이 없다. 마음먹고 찾아가는 카페들과 비교할 때 특유의 감성이나 재미는 없을 수 있어도 그만큼 편안한 곳도 없다.
모처럼 마음을 먹고 나온 아침인 만큼, 스스로에게 맛있는 샌드위치나 방금 구운 빵 정도는 사준다. 그럴 때면 음료는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로 주문하지만. 주문 후에는 여유롭게 자리를 고른다. 여름에는 짙푸른 가로수가 바로 보이는 창가 자리를 선호하지만, 겨울에는 구석진 테이블 자리를 찾게 된다. 되도록 한 벽이 옆에 있는.
사진: Unsplash의 Reinhart Julian
아직 손님들이 붐비지 않는 카페 안은 음악이 나와도 적막이 흐른다. 외부로 나와도 느껴지는 고립감에 주변을 돌아보자 한 두 테이블에 있는 또 다른 손님이 보인다.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카페 구석을 차지했다. 내가 처음은 아닌 것 같아 괜히 안심이 된다. 주문한 메뉴가 완성되기 전까지 노트북을 열고, 급한 마음에 펼쳐보지도 않을 수첩과 필기구까지 꺼낸 후에 잠시 시동을 건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래, 일단 커피부터 한 모금 마시고 시작하자.
준비된 커피와 샌드위치를 가지고 자리로 돌아온다. 급하게 나오느라 잊고 있던 아침의 허기가 그제야 밀려온다. 테이블이 좁으니 샌드위치부터 해치워야지.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면서 카페 안의 풍경을 다시 돌아본다. 아직 한적한 내부의 공기는 내 마감과 상관없이 여유롭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이 시간 동안만큼이라도 노트북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제 이것만 먹으면 본격적인 작업 시작이니까.
샌드위치를 다 먹으면, 테이블을 어느 정도 정돈한 후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카페의 선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시 쓰던 그 자리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부러 나와 놓고, 다시 제 방에 들어가다니, 어찌 보면 악취미다.
그렇게 몰두해 있다 보면 주변은 어느새 다른 손님들로 채워져 있다. 이어폰 너머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배경음이 되어 있을 때가 일어설 때다. 다행히 집에서보다는 진도가 더 나갔다. 끝을 보자면 음료를 하나 더 주문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어중간한 기분이다. 미련 없이 배낭을 다시 챙겨 카페 밖으로 나온다. 아직 오후가 남아있으니 집으로 돌아가면 남은 글을 마무리할 수 있겠지.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