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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Feb 15. 2024

4화. 첫 책 <모퉁이 빵집> 제작 후기

어느 작가의 1인출판 도전기

2월 5일 월요일.

드디어 처음 만든 전자책 <모퉁이 빵집>을 '교보문고 ebook'에 등록하여 오픈했다.


교보문고 ebook에 등록된 <모퉁이 빵집> 캡처


밑줄서가의 첫 책인 <모퉁이 빵집>은 표지에 예고한 대로 초단편소설이기에 분량도 매우 짧고, 작품 본문과 '작가소개', '소설의 시작점'이라고 하는 작품 구상 계기가 목차의 전부인 심플한 책이다. 그러나 첫 EPUB(전자책 파일 형식) 제작 과정은 전혀 심플하지 않았다.

* EPUB 파일이란? ebook을 저장하고 표시하는 데 사용되는 파일 형식. 다양한 이북리더기,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서 읽을 수 있는 텍스트 기반 형식으로 책의 내용과 디자인을 보존하여 볼 수 있다.



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나는 2,000년대 초 IT 회사에 근무하며 '드림위버'라는 프로그램을 다뤄본 적이 있었다.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된 epub 편집 프로그램 '시길(Sigil)' 역시, 드림위버처럼 HTML을 다루는 편집 프로그램이었다.


그래... 하... 할 수 있을 것 같아!



웹 상에 올라온 시길 관련 강의들을 모두 뒤져 독학으로 시길 작업을 시작했다. 무작정 시작도 잘하고 포기도 잘하는 이기에 작업을 하다 어딘가 잘못돼 오류가 뜰 때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전문가에게 맡기는 방법도 잠시 생각해 봤지만 지금 처지에 외주는 사치였고, 이번 한 번으로 책 만들기를 그만둘 것도 아닌데 매번 맡기는 것도 부담이 될 것 같았다.


그래, 그냥 하자...


우리 집 냥이 영심이처럼 잡은 건 절대 놓지 않는 집념을 불태우며


선택권이 없다는 게 어떨 땐 발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나는 오기로 다시 시길 작업에 매달렸다.


물론, 그냥 PDF로 제작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PDF 파일 형식은 평소 다뤄봐서 금방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어설프게라도 도전해 완성하는 것과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것은 시간이 쌓일수록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이제 너무나 잘 안다. 이번에도 안전함을 선택한다면, 내 특성상... 계속 그 길만을 걷게 될 것이 분명했다. (오해는 마시길. 물론 PDF의 장점도 많이 있다. 그림과 사진이 많은 책을 만든다면, PDF 파일로 작업할 것이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끙끙대며 원고를 붙이고 지우길 반복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시길 강의는 대부분 수년 전의 강의들이어서 나 같은 초심자는 이곳저곳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밤낮 매진하며 작업한 결과, 누더기 천을 이어 붙여 옷 한 벌을 만들 듯이 전자책 한 권이 완성됐다.



오호라. 이게 내가 만든 첫 전자책이라는 거지?


수년 전, 공동작업으로 독립출판에 도전해 종이책을 어설프게나마 만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전자책 작업은 처음이어서 더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만든 EPUB 파일은 유페이퍼라는 사이트 뷰어로 여러 번 열어보며 오류를 수정했다. 이제 만드는 건 오케이. 이제부터는 만든 책을 어딘가에서 팔아야 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은 온라인 서점 중 인지도가 높은 '알라딘'과 'yes24'였다. 이후 '교보문고' ebook 서비스도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각 온라인 서점 전자책 담당자에게 문의 메일을 보내 계약을 진행했다. (메일 주소는 각 사이트 홈페이지에 나와있었다)


가장 먼저 이 온 곳은 교보문고였고, 나머지 두 곳 메일을 통한 전자계약이 진행됐다. 그 과정이 약 3~4일 정도 걸렸다. 계약을 한 후, 등록 역시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각 서점에서 계약을 확인 후 책을 등록할 수 있는 SCM 주소를 받아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또 며칠 걸렸다.


그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가장 먼저 계약한 교보문고에 내 첫 책 <모퉁이 빵집>이 선오픈됐다.


드디어 오픈 당일.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내가 가진 SNS를 총동원해 홍보물을 만들고 나름의 마케팅을  시작했다.


AI성우를 동원해 처음 만들어 본 <모퉁이 빵집> 티저 영상 ㅎㅎ


과거에도 몇 권의 책을 내봤지만 스스로 적극적인 홍보를 해본 은 부끄럽게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전에는 몹쓸 자의식 때문인지 책만 좋으면 알아서 다 봐줄 줄 알았다. (그렇다고 그 정도의 작품을 쓴 것도 아니다...)  착각이었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책을 팔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이제 작가만이 아닌, 내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TV 예능 유퀴즈에 출연한 배우 임수정 씨가 요즘 매니저 없이 활동한다고 말하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유명 배우였던 그녀는 최고의 대우를 받아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했단다. 결국 혼자 모든 것을 해보기로 마음먹었고, 그것을 오롯이 실천하고 있었다.


물론 나는 그저 한 명의 무명작가일 뿐이지만, 회사를 통해야만 내 작품을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꽤 오랫동안 고정관념 속에 지내왔기에 그녀의 인터뷰에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맞다. 모든 틀은 자신이 만드는 것일 뿐이다.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걸릴 뿐.


그렇게 내 작고 소중한 첫 전자책 <모퉁이 빵집>은 성격 급한 주인에 의해 세상으로 내던져졌다.

이제는 아무렇게나 나뒹굴지 않도록 잘 보살펴야지.


그리고 다음 책을 또 만들 것이다. 그게 종이책이거나 전자책이거나 이제 큰 상관은 없다.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앞으로도 해나가면 된다. 매 겪을 시행착오를 자본으로 한 권, 그리고 또 한 권. 상황과 원고에 맞게 만들어나갈 일만 생각하련다. 야호. 비로소 자유를 얻었다.




작은 출판사 밑줄서가의 첫 책 <모퉁이 빵집> 정식출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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