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에 다녀왔다. 처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약 2n 년 전에 이미 방문한 경험이 있었다. 고2 때 간 수학여행이었다. 그날은 마침 나의 생일이기도 해서 친구들이 손바닥만 한 케이크를 주어 그것을 들고 사진을 찍은 일도 문득 생각났다. 너무 오래전의 일이고 내 인생에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친 사건도 아니었지만 어떤 장면으로 기억되는 일들이 있다.
| 대전에서 첫 끼는 두부 두루치기였다. 30년이 넘게 운영된 노포여서인지 가게 곳곳의 흔적들이 그냥 보이지 않았다. 매콤하게 무친 넓적한 두부와 칼국수 면 사리. 그 위에 올라간 부추 조금. 그것이 전부인데 너무 맛있게 먹었다. 가게 내 메뉴가 두세 가지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간단하면 오래갈 수 있다. 아니, 간단해야 오래간다.
| 드디어 성심당에서 빵을 샀다. 유명한 부추빵이나 튀김 소보로도 궁금했지만,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맛있어 보이는 빵을 고르고 싶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빵을 모두 살펴보긴 힘들었지만 접시 가득 빵을 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산 빵은 근처에 있는 문화원이라는 건물에 올라가 커피와 먹었다. 우연히 건물 안에 있던 빈티지 가게에서 옷도 두 벌 샀다. 과연, 고른 빵들은 대부분 맛있었다. 오래도록 몸속에 축적된 빵의 기록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
| 이번 여행에서는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아니 찍지 않았다. 찍을 생각이 드는 곳에서는 찍고, 아니면 말았다. 사진을 찍은 곳에선 어떤 여백이 있었을 테고, 아닌 곳에서는 여백을 채우는 대화가 있었을 것이었다. 그저 발길 가는 대로 걷고, 거기서 가까운 식당이나 카페에 갔다. 그거면 충분했다.
| 대전은 완만한 도시였다. 높은 건물들이 많이 없어 하늘과 거리의 키 큰 나무들이 더 잘 보였고, 사람들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역과 역사이가 그리 멀지 않아 걷기에도 좋았다. 어느 곳이든 여행을 하면 대부분 그곳의 장점을 보고 기억하며 돌아오곤 했다. 우리 집 소파에 앉아 성심당에서 사 온 튀김 소보로를 먹으며 돌아온 일상도 여행처럼 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