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된 계절의 온실

차가운 세상으로부터

by 게으른 성실

창 너머의 계절은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 서슬 퍼렇지만, 거실 한 칸을 차지한 이 작은 '초록 피난민'들은 여전히 싱그러운 고집을 피우고 있습니다. 한파를 피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식물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이들이 지켜내고 있는 건 자신의 생명뿐만이 아니라, 이 집 주인인 나의 마음속에 남은 마지막 초록색 평화가 아닐까 하고요.


​제각각의 모양으로 늘어진 잎사귀와 조심스럽게 맺힌 포충낭들은 마치 삶의 무게를 견디는 우리의 뒷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사랑은 그저 빛이 잘 드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목마르지 않게 물을 채워주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반복입니다. 하지만 그 작은 반복이 모여 한 계절을 버티는 기적이 됩니다. 시린 겨울을 통과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은, 서로의 연약함을 비난하지 않고 좁은 선반 위에 함께 자리를 내어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결국, 추운 밤을 함께 지새우기로 결심한 마음들이 찾아가는 빛의 경로이니까요.


​오늘 고생한 당신의 지친 마음을 위해, 가장 좋아하는 따뜻한 차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