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빵집을 열긴 했는데요...(11)
그 백인 소년은 소보로빵을 골랐다. 그제야 소년의 어머니는 ”이게 그리 맛있었구나”하며 소년의 손가락 끝의 빵을 담았다. 그녀는 빵쟁반에 네 개 밖에 없는 소보로빵을 모조리 담고도 아쉬운 듯 “이 빵은 이게 다인가요?” 물었다. 그런 뒤 그녀는 손바닥만 한 빵집을 성큼걸어 다니며 시식빵들도 집어 먹었다. 예전 그녀가 왔을 때는 시식이라는 것은 없었지만, 그녀는 아주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녀는 몇 개의 빵을 골라 아이의 입에 넣어줬다. 오늘도 누군가의 생일인가 떠오를 만큼 빵을 담은 그녀가 계산대 앞에 섰다. 봉규는 드디어 입을 떼고 물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메튜 어머니이신가요? 공원에서 그림 그리는?”
소년의 어머니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제 아들이 공원에서 자주 그림을 그려요. 아, 그런데 어떻게 아세요?”
봉규는 웃으며 말했다.
“네, 공원에서 몇 번 마주쳤어요. 아주 그림을 잘 그리더라고요.”
어머니는 의아해하며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메튜가 엄마의 치맛자락을 끌어당기며, 벽을 가리켰다.
”엄마 저게 내 그림이야!”
소년의 어머니가 더욱 놀라는 표정을 하자 봉규가 설명했다
“아드님이 그림 선물이 너무 멋져서 걸어뒀어요”
메튜는 매우 뿌듯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여성에게 물었다.
“엄마가 내 생일 때 사 왔던 빵도 아저씨 거예요?”.
“그렇단다. 얘야. 이 아저씨가 만드신 거야”.
그렇다고 대답하는 여성의 목소리에는 포근함이 가득했다.
그랬다. 그녀가 막내아이의 생일이라고 빵을 왕창 사가던 그날이 기억난다. 가게 최고 매출을 올렸던 그날. 그날 봉규는 안 팔리고 남아있는 소보로빵을 서비스로 준 적이 있다. 그녀가 다양하게 담은 빵들에 소보로는 없었기 때문이다.
‘공원에서 먹어봤다는 게 거짓말한 게 아니었어.’ 봉규는 생각했다.
“메튜 깜짝 파티 준비하느라 얘 빼고 애들이 다 왔었는데, 그때 좀 시끄러웠죠?”. 그녀가 머쓱한 듯 물었다.
“아닙니다. 행복한 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나저나 메튜가 제 빵을 좋아했다니 다행이네요”.
그러자 메튜가 끼어들듯 말했다
“네. 근데요. 저 혼자 먹으려고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 형들이랑 하나씩 먹으려고 많이 사는 거예요”.
봉규는 크게 웃었다. 한국아이였다면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