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캉생각 Oct 15. 2024

가게이름이 왜 이래요?

호주에 빵집을 열긴 했는데요...(10)

요즘 봉규의 가게는 활기를 띄었다. 실제로 오후에 오고 가는 손님들에게 마감세일이라며 할인을 해주고, 아시안들도 꽤 드나드는 분위기로 빵집이 바뀌어갔다. 실제로 약간 늘어난 손님덕에 늘 가게 빈자리를 채우고 앉았던 엘리사의 부재도 생각 못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날은 해가 질쯤에 엘리사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봉규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밝게 인사했다. 생각해 보면, 그녀에게 이렇게 밝게 인사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

"오, 엘리사! 오랜만이에요"

엘리사는 흔하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오랜만이에요. 가게가 좀 북적이네요? 빵 종류도 많이 늘었고요."

그녀는 뭔가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봉규는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요즘 손님이 늘었어요. 엘리사 덕분에요."


엘리사는 왜 덕분이라고 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대신 새로 진열된 빵들을 살펴보며 묘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아직도 가게 이름이 'Backery Bakary'인가요?"

순간 봉규는 잠시 멈칫했다.

"그냥... 이름이 예뻐서 놔뒀는데요."

그러자 엘리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이름의 뜻을 알고 계세요?".

봉규는 뜻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봉규가 꿀 먹은 듯 있자 그녀는 번뜩이는 눈빛으로 뭔가 말했는데, 듣고 보니 그것이 봉규가 빵집의 뜻을 알리가 없는 이유였다. "

독일식으로 ‘빵집’이라는 뜻이에요" 그녀가 말한 이유는 이러했다.

‘Bäckerei’가 독일어로 빵집이거든요. 제 부모님이 독일 출신이라 알아요."

순간 봉규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한동안 그에게는 한국탈출은 물론 지옥같던 피고용인 생활을 빠르게 벗어나는 것만이 목표였다. 그 진지한 임무를 한꺼풀씩 해치운 뒤 결국 그는 겨우 그의 아지트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봉규 자신의 공간, 공들여 세운 아지트의 이름이 '독일 빵집'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전 주인이 독일 출신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더 이상의 호기심은 없었던 그였다. 다른 나라에 온 초보사장의 고군분투와 자신만의 빵집, 하지만 그 빵집대문에는 여전히 그가 없었다.


그녀가 또 한 번의 진실을 알리고 떠나고 삼십 분이나 흘렀을까. 나무로 된 빵집 문이 활짝 열리며 한 모자가 들어왔다. 지난번에 아이들과 많은 빵을 사갔던 여성 고객이었다. 그녀를 반가워하는 차에 그녀의 손을 잡은 아이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앗, 공원의 메튜!’

봉규는 못 볼 것이라도 본 듯 놀라 서있었다. 반가워 손이 움찔했지만, 메튜는 그를 아직 못 본듯했다. 대신 소년의 눈은 빵진열대를 돌며, 함께 온 여성의 손을 끌었다. 그에게 시선은 전혀 오지 않았다.

'인사해도 나를 알아볼까?' 봉규는 뻘쭘한 기다림이 길어지자 아이의 기억력 의심을 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서성이던 소년은 우연히 벽을 멍하니 보더니, 이어 큰 눈으로 봉규를 바라보았다. 벽에는 아이가 그려준 노을 액자가 걸려있었다. 그리고 외쳤다.

"엄마, 이거! 이 빵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