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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캉생각 Oct 17. 2024

가게 다시 열겠습니다.

호주에 빵집을 열긴 했는데요...(마지막화)

봉규는 오랜 고민 끝에 가게 이름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Backery Bakary... 독일 부부가 만들어 놓은 유서 깊은 이름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의 가게가 아니었다. 봉규만의 방식으로, 그가 팔고 싶은 빵을 파는 그의 빵집. 분명 자신을 담은 것이 되어야 했다

그는 밤을 새우며 고민했지만, 사실 생각나는 이름은 하나밖에 없었다.

Bongkyu’s Bakery

이 빵집이 보여줄 것은 오로지 자신이었고, 그 스스로가 모든 것이었다. 새로 달린 간판을 바라보며 봉규는 마음이 벅찼다. 이번 변화는 도망이 아니라, 진짜 도전이었다.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며 가게를 대청소했다. 마치 첫 입주 때처럼 바닥부터 천장까지 새것처럼 닦았으며, 매장에서 만드는 빵 향기가 더 멀리 퍼졌으면 하는 마음에 환풍기를 손봤다. 매장에 하나 있는 테이블은 계산대와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엘리사처럼 혼자 오는 손님이라도 있다면 더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가게를 처음 여는 마음. 아니 그보다 전으로 돌아가 그는 한국에 살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웃들에게 인사를 다니기로 결심했다. 물론 개업떡 대신 자신이 정성껏 만든 빵을 돌리기로 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반나절동안 이웃 가게들을 찾아가 빵을 나눠주고 대화를 나누었다. 자신의 이름이 봉규라Bongkyu’s Bakery라고 지었다는 말도 틈틈이 했다. 그렇게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발이 닿은 곳은 팔라쉬의 옷가게였다. 주인만큼이나 화려하고 정감 있는 가게. 

'여기가 팔라쉬의 가게겠구나' 몇 번이나 빵집에 온 단골의 가게에 처음 방문이라는 것이 민망한 마음이었다

"안녕하세요!" 봉규가 반갑게 외쳤다.

그 순간, 팔라쉬가 계산대에서 고개를 번쩍 들더니 버선발로 나오며 그를 맞았다. 

“이게 누구신가! 빵집사장께서 제 가게에 오시다니!”

그들은 오랜 친구처럼 손을 잡고 악수를 나눴다. 

“빵집 이름을 새로 바꿨어요. 새로운 기분으로” 봉규가 말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사하면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는 풍습이 있는데, 오늘은 빵을 준비했어요.” 

그제야 팔라쉬는 봉규 품 안의 빵이 본인 것인 것을 눈치채며 기뻐했다. 

“와 고마워요”.

그리고는 가게 구석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큰 소리로 소리쳤다. 그냥 단어나 명령어가 아닌, 분명 사랑이 담긴 단어로 느껴졌다. 그러자 가게 안쪽 문에서 편한 차림의 후드티와 반바지를 입은 여성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팔라쉬는 그녀에게 말했다. “이 분이 내가 말한 옆 빵집사장님이야. 오늘 빵을 가져오셨대.” 팔라쉬 가게의 모든 수려한 옷을 가져다 댄 것보다 눈에 띄는 여성이었다그녀는 경계하는 기색 없이 웃으며 봉규를 바라봤고, 봉규가볍게 손을 들어 "헬로"라고 인사했다.

그녀도 활짝 미소 지으며 외쳤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듣는 온전한 한국어였다. 순간 봉규는 깜짝 놀라며 팔라쉬를 쳐다봤다.

“지난번에 말한 제 딸이에요”. 팔라쉬는 웃으며 윙크를 하더니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리 딸은 잘생긴 한국인을 좋아한답니다." 

순간 봉규와 그녀의 볼에 붉은 노을이 비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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