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치원생 수준이..

좋은 서울삼촌이라는 로망...

by 캉생각

나의 똑 부러 지는 조카는 본인 또래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샵에서 아주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산리오, 디즈니, 온갖 귀여운 캐릭터들이 가득한 그곳에서 그녀는 단 한 번도 눈을 반짝이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나 가본 무인양품.

깔끔함과 단순함의 대명사.

그곳에선 그녀의 물건을 찾을 수 있을까?


그녀는 아주 깐깐한 소비자였다.

손으로 사이즈를 재 보기도 하고, 칩을 넣어 보는 시늉도 했다.

작은 손으로 가방의 두께를 만져보고, 지퍼를 여닫아 보며, 심지어 크로스백을 메고 거울 앞에서 칩이 잘 들어갈지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렇게 찾기를 한참. 이미 서서 책 읽기 바쁜 오빠를 두고도, 그녀는 분주했다.

나도 뭐 하나 사 주고 싶은 마음에 분주했다.


“저기는 어때? 이건 예쁘지 않아?” 물어봐도 그녀는 고개만 저었다. 기능이 우선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채○이, 마음에 드는 게 없구나."

"네, 아직은 없어요."

그녀의 목소리엔 실망보다는 차분함이 묻어 있었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

"그런데 지금 있을 만한 데는 다 봤는데 어떡하지?"

그러자 그녀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봐둔 게 있어요."


내 허리만 한 몸을 빠르게 움직이며 나를 이끌었다.

작은 다리로 성큼성큼, 목적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마트 알바처럼.

도착한 곳은 생활용품 코너. 화려한 캐릭터샵과는 정반대의 심플하고 무채색 공간.

언제 여길 봤지 싶은 공간이었다.


그녀가 가리킨 건 아줌마들이나 들고 다닐 만한 작은 파우치였다.

베이지색에 가까운, 색상도 예쁘지 않은. 반짝이는 장식도, 귀여운 캐릭터도 없는...

그러나 그녀는 그나마 이게 그나마 포켓몬 칩이 잘 들어간다고 했다.

단단하고, 지퍼가 튼튼하고, 칸막이도 있어서 칩이 서로 부딪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엄마가 오기 전에 정리하고 싶어요."

그 말에 나는 망설임 없이 계산대로 향했다. 아이가 원하는 게 이거라면, 이게 맞는 거겠지.


그렇게 무인양품 가구 코너에 앉아, 집이 없는 아이들인 양 한 명은 책을 보고, 한 명은 가방을 정리했다. 칩을 하나하나 꺼내 닦고, 파우치 안에 차곡차곡 넣는 모습이 제법 진지했다. 레어 한 것과 일반적인 것을 나누고, 자주 쓰는 것과 보관용을 구분했다.

‘대체 이걸 어떻게 알지? 몇 번 안 했댔는데…’ 생각이 무색하게 그녀의 작은 손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러고 있는데 그들의 친모가 전화를 했다.

이제 곧 집에 다 와간다는 소식이었다. 저녁을 뭐 먹지 고민하는 타이밍이었다.

"얘들아,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김치찌개요."

큰아이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더 맛난 게 있을 텐데.... '

귀한 조카들에게 그것을 먹일 수는 없었다. 김치찌개라니. 집에서도 먹을 수 있는 걸.

"다른 거는?"

"그게 제일 좋은데요."

라고 답해 나의 기운을 빼는 찰나에 여자조카가 칩 정리를 멈추고 기분이 좋아진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고기 좋아해요!"

오빠도 고개를 끄덕였다.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그제야 조금 활기가 돌았다. 김치찌개보단 나았다.

"무슨 고기?"

"돼지고기요!"

여자조카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고기 구우러 가자."

우리는 (한 것 없는) 쇼핑몰 여행을 그만두고 그들 엄마를 마중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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