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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탑 메이킹 센스 단상

영등포. CGV. 스탑 메이킹 센스.

by Gozetto

*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그 날의 음악으로 뒤틀리는 시공간에서 어깨춤이라도 들썩여야지(4.5)


영화를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발을 구르고 어깨춤을 들썩일 때가 있다. 영화의 음악을 듣다 '아, 이 음악 좋다!'하고 인식하고 들썩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들썩이고 있고 '이 음악 좋다!'하며 인식이 뒤늦게 쫓아온다. 4K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한 1984년작 <스탑 메이킹 센스>가 그렇다. 정말 한 순간이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공연장. 공연 준비 자체가 시작도 안 되어 날 것 그대로의 공연장의 무대 위로 록밴드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데이비드 번이 올라왔다. 아무것도 없는 무대 위에 선 데이비드 번의 한 마디. "안녕하세요, 테이프 하나 틀게요." 그 말을 시작으로 곡이 진행되고 무대에 무대 장치와 멤버들이 하나, 둘 들어와 무대가 완성되기 시작한다. 완성되기까지의 곡, 완성된 이후의 곡 모두 아는 노래는 단 하나도 없다. 애초에 토킹 헤즈라는 밴드도 영화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됐다. 그럼에도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스크린에서 넘어오는 밴드의 노래는 발과 팔을 쉴 새 없이 움직이게 한다. 함께 간 이가 없었더라면 차오른 흥분을 멈추지 못하고 쉴 새 없이 노래에 몸을 맡겼을 것이다.

출처. 왓챠피디아

오직 무대만 보이는 스크린은 더이상 스크린이 아니다. 객석도 영화관의 객석이 아니다. 토킹 헤즈가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무대와 그 무대를 보며 함께 호흡하고 노래에 몸을 맡긴 관객석이 있을 뿐이다. 영화관과 콘서트장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공간에서 그저 음악만으로 과거와 소통한다. 88분의 시간이 영화 상영 시간이었는지, 공연 퍼포먼스 시간이었는지 모르게 흘러간다. 중간에 잠시 정신이 흐릿해져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알 수 없던 순간은 마치 영화의 흐름을 놓쳤다기 보다는 공연 중간 흥분의 리듬에 따라 잠시 쉼을 가진 듯하다. 알지 못하는 밴드의 음악에 발을 구르고, 손으로 들리지 않는 박수를 치고, 옆 사람과 어깨를 부딪히고. 데이비드 번의 광기 어린 눈에 자신의 눈을 부릅뜨며 들리지 않는 환호를 보내고, 알지도 못했던 노래를 어느새 익혀 후렴구를 공기 중에 실어 과거로 보내고. 이해하려 하지 말라는 외침에 이미 그런 적 없어 라고 되받아치고.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듯 아닌 듯 해 온전히 영화를 즐기지 못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영화관을 나서면서 영화를 이해하기 보다는 몸으로 반응하며 즐긴 것에 만족감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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