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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시스터 단상

용산. CGV. 어글리 시스터.

by Gozetto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미(美)와 권력으로 뒤튼 뻔한 동화를 바디 호러가 끌고 간다(4.0)


동화 신데렐라를 젠더와 미(美)로 뒤틀었다는 시도 외에 흥미를 끄는 지점은 부족하나 바디 호러 장르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며 끝까지 밀고 가는 음습한 분위기가 재밌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단연 바디 호러 장르라 할 것이다. <서브스턴스>(2024)를 기점으로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기 시작한 바디 호러 장르가 근세 유럽에 있는 가상의 왕국을 배경으로 연출되면서 음습하면서 뒤틀린 잔혹 동화의 분위기에 서스펜스와 공포감을 불어넣는다. 즉, <어글리 시스터>에서 바디 호러는 서사를 끌고 가는 엔진이다. 기본적으로 서사 구조 자체가 너무나 유명한 신데렐라 서사에 기반했기에 서사에서 관객을 끌어 당길 수 있는 요소는 크게 없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계모의 딸, 영화에서는 '엘비라(레아 미렌 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서사는 엘비라와 동화 속 신데렐라인 '아그네스(테아 소피 로흐 내스 분)'의 대비가 반복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아그네스와 비교 당하며 쌓인 콤플렉스를 엘비라가 다양한 수술과 시술을 통해 더 나은 외모를 갖춰가는 서사는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미 원작을 알고 있다는 사실과 반복되는 서사 구조는 지지부진하다 느껴지기도 한다.

출처. 왓챠피디아

이런 점에서 바디 호러는 서사를 더욱 가열차게 진행시키는 엔진이다. 영화에서 바디 호러에 해당하는 장면은 그렇게 많지 않다. 대신 다양한 방식으로 서사화, 희화화, 공포화 등이 되어 온 성형 수술로 강렬한 순간을 선사한다. 이러한 성형 수술의 순간은 단순히 신체를 훼손해 그 순간만 공포감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다. 성형, 즉 변화이기에 수술 전후에서 엘비라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시시각각 보게 된다는 점은 관객들에게 수술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 수술 중 신체가 어떻게 훼손되는 지에 대한 호기심과 공포, 수술 이후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호기심과 기괴함을 느끼게 한다. 즉, 성형에 의한 바디 호러는 왕자를 향해 순수한 사랑을 갖고 있는 엘비라의 욕망이 왕자와 결혼, 아그네스를 이기고 싶다는 욕망 등이 뒤섞여 점점 뒤틀리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이러한 시각화를 통해 <어글리 시스터>의 바디 호러는 순간만 공포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결말은 어떨지 알고 있음에도 그 결말의 이미지를 궁금하게 한다.


다르게 말하면 <어글리 시스터>의 바디 호러는 영화의 단점에 대한 효과적인 연출 장르이다. 신데렐라라는 대중적 서사를 기반으로 한 서사는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주지 못한다. 근세 유럽과 가을-겨울풍이라는 영화의 지리적 배경과 계절적 배경은 중후한 음습함을 갖고는 있되 변화무쌍하고 자극적인 연출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바디 호러는 단순히 페미니즘적 주제의 전달만이 아니라 텍스트 내적으로도 완성도를 높이는 장르적 장치인 것이다. 이런 지점에서 같은 바디 호러 장르인 <서브스턴스>와 비교하며 보면 서사 내외적으로 재밌는 지점이 있을 것 같다. 추가로 최근에 개봉한 <투게더>(2025) 역시 비교하면 최근의 바디 호러 장르영화에서 서사적으로 바디 호러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바디 호러의 서사적 수행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투게더>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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