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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단상

마곡. 메가박스. 얼굴.

by Gozetto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미를 향한 일그러진 추앙을 정면으로 비추다(3.0)


개인적으로 연상호 감독은 서사의 깊이감과 몰입감 보다 서사를 구성해 이끌어가는 에너지가 매력적인 감독이라 생각한다. 직관적이고 비틀린 이미지를 통해 관객에게 직구를 꽂아넣는 것이다. 그래서 연상호 감독의 영화는 대중적, 오락적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직관적인 주제로 이해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묘하게 불편함이 느껴진다. 연상호 감독의 인물들은 은유라기 보다 단편적일지라도 어딘가에서 본 듯한, 혹은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인간들이기에, 즉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처럼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얼굴> 역시 단편적으로 느껴지지만 동시에 직관적으로 그려진 일그러진 인물들로 불편함이 느껴진다. 특히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등 배우진의 연기를 통해 느낀 <얼굴>의 불편함은 연상호 감독에 대한 개인적인 불호 취향과는 별개로 확실히 만족스럽다. 어쨌든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등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기의 감독들 다음 세대의 감독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연상호 감독만의 불편함은 저예상 영화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는 대중적 성공을 고려해도 감독만의 매력임에 틀림없고 결과적으로 연상호 감독은 계속해서 눈여겨 봐야 하는 감독임에 분명하다.

출처. 왓챠피디아

<얼굴>은 크게 모난 구석이 없는 영화이자 경제발전기인 7, 80년대의 암울한 시기를 경유해 오늘날 사회에 만연한 차별 의식과 비틀린 내면을 꼬집는 영화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특히나 매번 연상호 감독의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영화에서 저격하는 지점이 광범위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얼굴>의 인물들은 모두 '정영희(신현빈 분)'를 떠올릴 때 외모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괴물' 같다 혹은 정말 못생겼다 등으로 평한다. 이렇게 보면 <얼굴>에서 저격하는 차별 의식은 외모지상주의에 기반을 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늙은 영규(권해효 분)'가 장님이라는 이유로 무시와 멸시 당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점, 그가 아내인 영희를 살해한 이유를 보면 못생겼음에도 자신을 속이고 혼인했다 인식하고 있다는 점, 눈이 멀었어도 아름다운 것과 못생긴 것을 구별할 줄 알고 자신이 더 아름다운 것을 잘 안다고 말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차별 의식이 단순히 외적인 외모만을 말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차별 의식에 대해서 <얼굴>은 이전의 연상호 감독의 작품에서도 그랬듯이 사회적·구조적 원인, 인간 존재의 본질적 결함 등 보다 깊이있게 구체화하기 보다 말 그대로 그러한 차별 의식을 갖고 있는 인간 전반을 장르적 혹은 영화적으로 과하게 조명한다.

출처. 왓챠피디아

이러한 조명은 관객에게 보든, 듣든, 직접 경험하든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혹은 느껴온 현실을 직관적으로 보게 하기에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연상호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제하면 흔한 대중오락영화 중 하나로 인식되어도 크게 차이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것은 연상호 감독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하는 영역일지도 모르겠다. 연상호라는 타이틀이 제외되면 평범한 영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연상호를 제외하려고 해도 제외되지 않는 그만의 영화. 연상호 감독의 영화가 개봉하면 큰 기대가 되지 않음에도 계속 보러 가는 이유는 언젠가 연상호 감독이 자신의 타이틀을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온전한 자신의 세계를 만들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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