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씨네큐브. 하나 그리고 둘.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다른 듯 같은 세상을 표류하는 우리에게 둘의 의미를 전하며(4.5)
2026년의 첫 영화인 <하나 그리고 둘>은 기억을 통해 둘의 의미를 전하는 영화이다. 영화는 젊은 부부의 결혼식으로 시작해 할머니의 장례식으로 끝난다. 마치 어떤 기억의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어떤 기억을 관객은 보고 있는가? 타이베이 한 기업의 이사직에 있는 'NJ(오념진 분)'와 그의 가족이 보내는 일상이 관객들이 보게 되는 기억이다. 영화 속 가족들의 일상은 흔하디 흔한 평범한 가족의 일상이다. 나이 든 할머니가 노환으로 쓰러져 오늘 내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들은 자신들의 일상을 살아간다. NJ는 온라인 시장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해 매출 감소로 휘청거리는 기업의 회생을 위해 다음 먹거리를 찾는 와중에 처남의 결혼식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 시절 연인 '셰리(가소운 분)' 때문에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엄마 '민민(금연령 분)'은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 받는 커리어우먼이지만 쓰러져 있는 할머니에 대한 걱정으로 우울한 기분만 커져간다. 누나 '팅팅(켈리 리 분)'은 할머니가 쓰러진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는 죄책감, 옆집에 이사온 새 친구 '리리(애드리안 린)'와 우정, 리리의 남자친구 패티와 관계 등으로 불안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막내 '양양(조나단 창 분)'은 학교에서 자신을 싫어하고 선생님하고는 친한 여학생에게 장난을 치거나 친구들과 선생님을 골탕먹이며 학교 생활을 한다. 영화라는 층위를 제쳐두고 생각하면 사실상 이 가족의 일상은 특별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특별할 것이라고는 없는 이 가족의 일상이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는 재밌게도 이들의 일상을 바라보는 두 번째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NJ 가족은 고요히 누워있는 할머니에게 겉으로는 이따금 치료라는 목적으로 자극을 주기 위해 두런두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할머니가 듣는지 못 듣는지 알 길이 없음에도 가족들은 가족들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하는 자신의 진짜 속내를 한숨과 함께 털어놓는다. 양양은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카메라를 가지고 가족들의 뒷모습을 찍는다. 자신의 뒷 모습을 왜 찍었냐는 삼촌 '아디(진희성 분)'의 물음에 양양은 사람들이 앞만 보고 뒤는 보지 못하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뒤를 찍어 대신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친구 리리의 애인인 '패티(위방 분)'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가 영화를 통해서 삶을 2배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별할 것 없음에도 영화라는 이름 하에 스크린으로 관찰되는 NJ 가족의 이야기를 스크린 바깥에서 관객은 찬찬히 관조한다. 영화 속 가족 각각은 자신의 일상 속에서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지만 자신의 모습 중 일부를 보지 못한다. 관객은 자신의 모습 중 일부를 보지 못한 인물을 보는 와중에 반대로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관객에게도 분명 다른 두 번째가 있을 것이다.
자신과 전 애인 리리 사이에서 줄을 타는 듯하던 패티가 리리와 그의 엄마, 둘 다와 관계를 맺던 영어 선생을 살해했다는 소식을 들은 팅팅은 할머니에게 처음으로 용서를 빌며 빨리 깨어나달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본 세계가 전혀 아름답지 않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할머니가 아름다운 세계를 보면 좋겠다고도 고백한다. 이 역설적인 고백을 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할머니는 숨을 거둔다. 양양은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처음으로 편지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팅팅의 말처럼 아름답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삶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그런 자신의 삶을 가까이서든, 멀리서든 바라보고 듣고 있는 다른 누군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다른 누군가가 자신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보고 있다는 사실. <하나 그리고 둘>이 평범한 삶을 통해 전하는 삶의 아름다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