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CGV. 담뽀뽀.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먹는다, 고로 존재한다(3.5)
난생 처음 본 장르의 영화이다. 라멘 웨스턴이라니.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탈리아 서부극 혹은 스파게티 서부극의 하위 장르로 바로 이 글의 영화 <담뽀뽀>(1985)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처음 만들어진 용어라고 한다. 서부극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역사적 이미지, 특히 장르적 이미지는 미국이지만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어디에서 제작했느냐에 따라 다른 웨스턴이라니. 서부극 장르의 서사 구조와 장르적 이미지는 이탈리아 서부극이나 오늘 라멘 웨스턴의 시초인 <담뽀뽀>에도 비슷하게 등장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장르 구분은 장르 논리보다는 제작과 자본의 논리에 따른 구분이기에 불필요해 보이긴 한다. 하지만 <담뽀뽀>는 보고 나면 라멘 웨스턴이라는 이 장르 구분이 얼마나 절묘한지 되새길 수 있게 하면서 입맛을 돋워 영화 홍보를 위한 장르 네이밍 센스에 무릎을 탁 치게 한다.
<담뽀뽀>의 이야기는 특별할 것이 없다. 일본 국민 음식인 라멘을 소재로 어느 허름한 라멘 가게의 라멘을 먹은 트럭 운전 기사 '고로(야마자키 츠토무 분)'와 '건(와타나베 켄 분)'이 가게의 주인 '담뽀뽀(미야모토 노부코 분)'를 도와 그의 라멘 가게를 최고로 만드는 여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영화는 보고 있자면 웨스턴과 함께 동양의 무협도 떠오르기에 라멘 무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 이 비틀어진 장르에서 느껴지는 코믹함이 즐거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러한 코믹한 분위기와 반대로 음식과 맛에 대한 탐구만큼은 담뽀뽀의 라멘 수련만큼이나 진지하다. 단순히 최고의 라멘을 만들겠다며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니는 라멘 수련 서사와는 관계 없는, 서구 식문화에 대한 허위 의식, 맛에 대한 탐미, 음식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담은 코믹하거나 외설적인 장면들이 중간 중간 나오는데 영화가 음식이라는 소재와 관련해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인식을 담으려고 했는지가 느껴진다. 특히 맛에 대한 탐미 장면은 흰 양복을 쫙 빼 입은 야쿠쇼 코지가 나와 다양한 방식으로 미식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외설적임에도 과장된 구도, 액션, 대사로 코믹함까지 갖추고 있어 웃는 와중에도 도리어 미식에 대한 인간의 집착이 느껴질 정도이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 영화는 서양의 시선에서 보면 웨스턴, 동양의 시선에서 보면 무협이라 봐도 무방하다. 다르게 말하면 <담뽀뽀>는 라멘 웨스턴이라는 이 기이한 장르 구분과 명명에서도 알 수 있듯 애초에 장르는 관객 영화를 보게 하는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 오히려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무협지의 개방과 같은 음식과 맛 오타쿠 거지 집단을 보면 음식과 맛에 대한 인간의 집착에 영화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담뽀뽀가 라멘 수련을 마치고 손님들에게 최상의 라멘을 선보이는 것을 보고 담뽀뽀를 향한 감정의 미련을 제쳐둔 채 트럭에 올라 떠나는 고로의 모습은 애초에 진짜 목표로 했던 것이 최상의 라멘을 완성하는 것에 있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듯하다. 죽어가는 아내이자 어미가 밥해달라는 말을 듣자 벌떡 일어나 맛있는 볶음밥을 하고 이를 먹은 남편과 자식들이 맛있다고 하자 웃으며 죽는 장면은 어떻게 보면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이들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을 해주려는 혹은 먹고 싶다는 욕구가 드러나는 장면으로도 보인다. 그렇기에 <담뽀뽀>는 음식과 맛으로 인간을 정의하는 영화 같다. 먹는다. 고로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