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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다움 Nov 03. 2022

시골 카라반에서 캠핑하며 워케이션 하고 왔어요

기획자의 입장에서 본 바다공룡 워케이션 리얼 후기

하나의 프로젝트를 기획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멋진 일인지 안다. 아이디어 회의부터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하나하나의 준비과정, 그 안에 동반되는 생각치도 못한 리소스와 스트레스들.


필자는 마케터이자 기획자로 일하고 있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해본 적이 있는데 사람을 모으고 관리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번에 참가한 워케이션 프로젝트에서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는데, 그것을 이 자리에서 공유해보고자 한다.




누군가는 머릿 속에 생각만하고 미뤄왔던 것을, 누군가는 미숙해도 용기를 내어 실행으로 옮긴다. '결국 해낸' 기획자들을 존경하고, 그들의 열정에 좋은 자극도 받는다.


하지만, 힘들게 모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까지도 기획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고객들은 '오픈되기까지의 수고'보다 '오픈되고나서의 경험'에 주목한다. 생각보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감동을 느끼고, 실망을 한다. 그래서 기획자는 예민해야 하고, 세심해야 한다. 적어도 그런 사람이 1명은 있어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고, 나아가 진짜 '팬'을 만들 수 있다.




<카라반 워케이션> 좋았던 점

1. 트렌드를 반영한 '신박한 컨셉': 상세페이지를 보자마자 망설임없이 결제 버튼을 누른 건, 어떤 강한 호기심과 니즈에서 기인한 행동이었다. 매일 같은 곳에서 일하던 필자에게, 리프레시 창구와 발상의 전환을 제안하는 '카라반 워케이션' 컨셉은 분명히 매력적이었다. 여행하면서 일하는 것, 누구나 한번쯤 갈망했던 니즈를 프로젝트화 하다니!


2. 잘 그려낸 '고객여정지도'와 '타겟의 다양성' 배려: 차 없는 뚜벅이를 배려해 사전 협의된 택시 정보를 공유해주었다. 대중교통 이용자로서, 시골에서 택시 잡기가 정말 어려운데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여러 타겟을 고려했기에 뚜벅이의 고충도 잘 해결해준 것 같다.


3. 웰컴기프트가 주는 소소한 감동: 환영인사와 함께 받는 선물은 사소하지만 특별했다. 그들의 따뜻한 정성과 노력이 느껴졌다.


4. 오직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차별화 프로그램: 아침 햇빛 아래 야외요가. 도심에선 주로 '실내'에서만 하는 요가를 '야외'에서, 그것도 한적한 시골마을을 눈앞에 두고 했다는 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5. 초보를 위한 '가이드북' 제공: 생소한 지역에 대한 여행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운영진이 직접 가이드북을 공유해준 점이 좋았다. 우리가 굳이 나서서 정보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준 . 여행계획 대신 짜주는 친구가 있는 것만큼 든든한  없다!


6.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네트워킹: 직장인은 우리 뿐이었고, 사업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각자가 하는 일의 히스토리와 가치관, 취미 등 여러 생각을 나누는 자리에서 가장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특히 '너무 뭘 거창하게 해야겠다기보다 오히려 힘을 빼고 다 해보세요. 뭐가 터질지는 아무도 몰라요. 여러 시도를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라는 말이 가슴 깊게 박혔다.




반면, 아쉬웠던 점

스크로를 한참 한 뒤에야 발견한 '경남 고성'

1. 경상남도요? 위치를 오해할 수 있었음에도 충분한 설명 부재 : 처음엔 강원도인 줄 알았어요. '고성'이 대한민국에 2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펀딩 상세페이지에도 고성이 '경상남도'에 위치함을 알 수 있는 지표는 한참 스크롤을 내려야 작게 '딱 한 번' 표기되어 있다. 실제로 다른 분들도 강원도 고성인 줄 알고 신청했다고 했다. 물론.. 지도에 검색해보지 않은 내 잘못이 먼저지만, '강원도 고성'이 유명한 관광지인만큼 그와 다른 고성이라면 한 번 더 주의를 줬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상남도인 걸 미리 알았다면, 신청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2. 카라반 사용법에 대한 운영진들의 숙지 미흡 : 놀랐던 부분 중 하나인데, 운영진 분들이 카라반 사용법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오수통 처리법을 처음에 잘못 알려줘서, 허리가 나갈 뻔 했다. 5일동안 1번만 채우고 비우면 된다고 했는데, 막상 사용해보니 매일 2번씩 비우고 채워야 했다. 워케이션의 핵심 포인트였던 '카라반'. 이 단어 하나 보고 끌렸던 펀딩인데, 주최자조차 카라반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다니. 기획자들은 최소한 프로젝트 내용에 대해 완벽한 숙지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1명이라도 말이다.


3. 영상으로 숙지하라고요? : 카라반 사용법을 영상으로 보라고 링크를 주시긴 했는데, 네이버 카페 링크였고 따로 가입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영상이 자세하지도 않았고, 영상에는 나와 있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 애초에 운영진들이 구두로 사용법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물어보고 그들이 알려주는 구조가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충 이런 설명법 있으니 영상 보고 알아서 숙지하세요' 라는 느낌을 받았다.


4. 개인준비물에 '이불'이요? : 같이 가는 친구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불'이란 준비물.. 다른 참가자분들도 출발 직전에 한명이 발견해서 간신히 챙겼다고 했다. 세상에 숙소에 이불도 안 주다니요. 캐리어에 반은 이불이 차지했다. 5일이면 꽤 긴 여행이라 다른 짐도 많은데.. 이불까지 챙겨야 한다니. 그들의 예산이 부족했던 걸까.


5. 고객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전제 하에 설계되어야 : '당연히 이 정도는 알겠지' 하며 넘어가는 순간 문제가 발생한다. 기획자에게 '당연히'는 없다. 타겟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행사라면,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 하에 생초보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하지만 바베큐 파티에 참가하지 않고 따로 고기를 구워 먹으려면 '나무'를 직접 사와야 한다는 현장에서의 노티, 현장에서조차 구매할 수 없었던 '나무' 사건은 아직도 충격이다.

우리가 떠나고, 위 내용이 안내문에 추가되었다


6. 늦은 소통과 대응 : 보통 문의를 하면 2~3시간 후에 답장이 온다. 그마저나 대표가 답하는 걸 보니, 상시 대기하는 담당자가 없는 듯 했다. 급할 때는 전화를 하라고 했지만, 2~3시간의 답장시간과 비교하면 급하지 않은 일이 있을까? ASAP 대응은 고객만족과 클레임 방지를 위해 어느 프로그램/행사에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7. 정성적 케어의 부족, 이슈 감수는 당연한 게 아닌데 : 마치 이런 이슈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듯, 어쩌면 당연하다는 듯 대처하는 태도로 고객은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 내내 약 2시간을 카라반 고장으로 인한 불편함(아무것도 못하고 문자로 시키는대로 카라반 고치느라 시간 다 보냄)을 겪었음에도, 문자로 대응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사과 한 마디 없었다는 점은 크게 아쉽게 생각한다. 정성적 케어가 당연한 건 아니지만, 아쉽긴 하다.


기획자로서는 이해하지만, 고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앞으로 일을 할 때 이런 관점으로 기획을 하리라고 한 번 더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해도 좋았겠다

첫 참여자들에겐 할인혜택을 제공 : 시행착오 값 말이다. 지금도 계속 우리를 포함한 첫 참가자들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안내문이 업데이트 되는 것을 보고 있는데 썩 유쾌하진 않다. 똑같은 비용을 지불했는데 누구는 미숙한 준비로 인해 시간과 기분을 낭비한 건 공평하지 않다. 할인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어느정도 합리화하지 않았을까?


마무리

결론적으로 가길 잘했다! 나에게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필요했던 경험이라 생각한다. 기획자의 시선에서 보는 것과, 고객의 시선에서 보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고 그 격차를 좁혀나가는 것이 기획자의 역할임을 또 느낀다. 동시에 텀블벅이라는 펀딩 플랫폼을 통해 과감하게 도전하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소개하고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존경한다.


멋진 사람들을 만나고, 신선한 프로젝트에 참가함으로써 얻은 인사이트들이 너무 소중하고 앞으로 요긴하게 활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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