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by 이소

폭풍의 언덕: 줄거리


폭풍의 언덕은 영국 요크셔의 황량한 황무지를 배경으로, 두 가문과 두 세대에 걸친 격렬한 사랑과 증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야기는 외부인인 히스클리프가 언쇼 가문에 받아들여지면서 시작된다. 그는 가문의 딸 캐서린과 강렬한 유대감을 형성하지만, 신분과 환경의 차이로 관계는 비틀린 방향으로 흘러간다. 캐서린이 사회적 안정을 위해 다른 선택을 하자, 히스클리프는 깊은 상처와 분노를 품고 자취를 감춘다. 이후 그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와 언쇼 가문과 인접한 린턴 가문을 상대로 집요한 복수를 시작한다.


유튜브에서 폭풍의 언덕 리뷰 보기

https://youtu.be/LQk59DJXjkA


폭풍의 언덕: 책 속 문장

인간이란 얼마나 허황한 바람개비같이 변덕스러운 존재인가!
제기랄, 헤어튼의 모습은 내 불멸의 사랑, 내 권리를 지키겠다는 무모한 노력, 나의 타락, 나의 자존심, 나의 행복, 그리고 내 고뇌의 망령이었어.


✨아래의 콘텐츠는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작성된 책 리뷰는 이소 (yisodreams@gmail.com) 의 개인적인 해석 및 감상입니다.


image.png


폭풍의 언덕: 해석 및 감상


폭풍의 언덕을 거의 10년 만에 다시 읽으면서, 예전에 밑줄 쳤던 문장들이 이번에도 여전히 마음을 세게 붙잡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동시에, 예전에는 스쳐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이상하리만큼 크게 울림이 생긴 구절들도 있었다. 작품 전체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결로 다가온 느낌이었다.


10년 전에는 주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격렬한 감정, 애증과 집착이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감정선이 가장 크게 남았다. ‘어떻게 이런 식의 사랑이 가능할까’ 같은 의문과 충격이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지점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의 제목이 왜 ‘폭풍의 언덕’인지, 왜 이 공간이 이야기의 중심이어야 하는지가 선명하게 다가온 것이다. 언덕 그 자체가 특별할 것 없는 장소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숨도 돌릴 수 없을 만큼 끊임없이 몰아치는 폭풍을 품고 있고, 그 폭풍은 이 집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을 자의든 타의든 빨아들이는 힘처럼 느껴졌다.


언쇼와 히스클리프의 어린 시절 갈등이라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된 폭풍이,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과 오해를 거치며 점점 커지고 거세졌고, 결국 언쇼의 아들, 캐서린의 딸, 히스클리프의 아들까지—단 한 사람도 그 소용돌이 밖에 설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힘이 되어버렸다. 책의 내용 자체는 자극적으로 꾸며져 있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그 폭풍이 인물 하나하나를 엮고 삼켜가는 모습을 떠올리니 작품 전체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하고 역동적으로 느껴졌다.


그 폭풍의 근원은 결국 가문과 계급이 만든 구조적인 한계, 그리고 히스클리프와 캐서린 사이의 시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정에서 비롯된 뒤틀림이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만약 히스클리프의 신분이 에드거와 같았다면? 그랬다면 둘 사이에 애초에 그렇게 큰 오해와 단절은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었지만, 당시의 결혼 제도 속에서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선택할 수 없었다. 캐서린의 그 선택은 아주 현실적인 것이었지만, 히스클리프에게는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경험처럼 다가왔을 것 같았다. 사랑을 잃은 상실과 더불어, 자신을 진짜 사람으로 바라봐주는 유일한 존재에게 외면당한 상실이 동시에 밀려온 것이다.


그리고 결국 둘 다 감정적으로 외로웠다. 서로를 너무 사랑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현실, 서로가 서로를 아프게 하면서도 차마 등을 돌릴 수 없는 관계, 그 속에서 점점 더 망가져 가는 모습이 비극적으로 느껴졌다. 히스클리프의 외로움은 특히 더 선명했다. 캐서린의 아버지가 죽은 뒤, 그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은 캐서린 하나뿐이었다. 그런 캐서린마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이유로 다른 남자를 선택했을 때, 그 상처는 단순한 사랑의 결별을 넘어 존재 자체를 흔드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캐서린이 죽고 난 후 히스클리프는 복수를 삶의 이유 삼아 살아가지만, 그 복수는 그의 마음을 치유해주지 못했다. 목적도, 의미도 잃어버린 채 겨우 붙잡은 복수는 결국 그에게 어떤 것도 채워주지 못했다. 캐서린의 빈자리는 아무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었고, 그래서 그는 유령으로라도 돌아와 달라고 끝없이 갈망했다. 폭풍 한가운데 서서, 오직 자신만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다가와 줄 단 한 사람을 기다리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안쓰럽게 다가왔다. 돈을 아무리 벌어도, 복수를 아무리 완성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 사랑을 잃은 것뿐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를 잃어버린 채, 평생 폭풍 한가운데 홀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의 삶이 깊은 슬픔처럼 느껴졌다.


결국 히스클리프는 누군가의 사랑과 인정 없이는 자기 존재의 의미조차도 붙들기 어려운 사람으로 보였다. 그런 결핍은 그의 나약함이라기보다, 애초에 그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사랑의 빈자리에서 비롯된 것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 그의 삶이 이렇게까지 흔들리고, 폭풍 속에서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한 채 마모되어 갔던 것이 아니었을까.



더 많은 책, 독서기록 정보와 리뷰를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로 방문해주세요.

Instagram : https://www.instagram.com/yiso_dreams/


Blog: https://yisodreams.com/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10화치인의 사랑 - 다니자키 준이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