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가을이었다.
10개월 동안 내 신경의 많은 부분이 결혼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결혼이 끝난 뒤에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사실 준비 기간 동안 쓸데없이 예민했고, 매일 매일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고, 지불하고, 확인해야 하는 것들이에 질려 다른 것들을 둘러볼 여유가 많이 없었다. 그래도 꾸준히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나서긴 했지만 직전 한 달은 정말 새로운 건 그 무엇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근데 신기하게도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일상으로 복귀하지마자 같았던 풍경들이, 일이, 사람들이 모두 다르게 보였다. 의무적으로 쳐냈던 일들에 욕심이 다시 생겼고, 다시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고, 같은 관계도 달라 보였고, 새로운 것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일상을 다시 날카롭게 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이, 새로운 서비스들이, 띵했던 관점들이 갑자기 보이기 시작했다.
요즘 가장 잘 보는 계정 중에 하나는 배달의 민족 이승희 마케터의 @ins.note 다.
얼마 전 강의를 했던 것 같은데, 강의를 듣진 않았지만 그 후기들 때문에 나도 더 욕심이 생겼다. 일상을 예술화하기 위해선 관찰을 통해 사소한 것에서도 영감을 받고 이를 꼭 기록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일상을 그동안 너무 뭉툭하게 바라봤던 것 같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창문 너머로 낙엽이 날렸고, 여기가 가을이었다.
나는 어디서 가을을 찾았고, 누구의 가을을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인스타그램 밖에 있는 나는 '단풍놀이'를 가지 않아도 동백에 있는 사람과 다리를 포개어 누어 가을 바람을 맞는 것 만으로도 좋았다. 다른 사람의 '좋음'을 찾아다니지만 말고, 내 일상을 날카롭게 살펴보고 지금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에서 생명력을 찾아내보자. 이 사람이 흘린 말, 표정, 저기 길 건너의 간판, 옆 사람이 쓰는 앱, 걔가 읽었던 책, 작년 내가 들었던 노래 다 스쳐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지만 담으면 무언가가 될 수 있다.
일상을 날카롭게 살펴보자.
나중엔 뭐가 남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남겠지.
10월 6일 이후 또 다른 무언가가 시작됐다.
그리고 하나 더, 하고 싶은 일이 해보고 싶은 일이, 해봐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사소한 게 제일 많고, 남들과 같은 평범한 것들도 대부분이고, 그렇지만 나여야서 꼭 해보고 싶은 것들.그냥 '치약 사기' 정도의 오늘 할 일 수준인 것도 있다. 그래도 일단 쭉 늘어놓아보고 하나씩 지워보려고, 그러면 그냥 기분 좋아질 것 같다.
1. 테니스 배우기
2019.10.06 부터 계속 배우고 있기
2. 사케동 해먹기
3. 매일 유산소운동 15분씩 하기(숨 찰정도로)
런데이
4. 가죽 공방가서 만수르가방 만들기
5. 우리집 그릇 직접 만들기
2019.07.19 a cross table에서 우리집 그릇 만들기
6. 가구 공방 가서 우리집 테이블 만들기
7. 테라스 꾸며서 술 먹기
우리집 베란다 술집
8. 매일 매일 글쓰고, 나중에 책 내기
2019.12.24 <우는 대신 걸을게요> 출간
9. 내 이름으로 강의 한 번 해보기(자랑할 만한 서비스 만들기)
2020.10 <힙서비 컨퍼런스> https://www.youtube.com/watch?v=UV0nnzjmj8k
10. 속초 동아서점 가보기
11. 엄마랑 스위스 가기
12. 웨이크서핑타면서 춤추기
13. 쿠바에서 맥주먹기
14. 멋있는 선배 되기
15. 간단한 불어 배우기
16. 남은 2달 동안 책 많이 읽기
17. 파티 열기
파티 자주 열었지 뭐!
18. 보거나, 읽고, 들은 것 모두 what i stolen 에 글로 꼭 남기기 + everythingzestolen
19. 아쉬탕가 마이솔 재등록하기
20. 발리가서 요가하기
2023년 3월 발리에서 요가
21. 아이들이랑 남미 가기
2019.03.23
22.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2019.05.06-2019.06.03 까지 순례길 걷기
23. 마크라매 만들기
24. 토분 만들어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키우기
25. 건강한 음식 만들어 먹기
건강하게 집밥 생활 중
26. 생각하는 그대로 행동해보기
27. 생각과 행동의 중심을 '나'로 둬보기, 지나치게 배려하지 말기
나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중
28. 거북목 고치기
29. 내 브랜드 만들기
2020.04 호비클럽 https://brunch.co.kr/@zezezeze/48
30. 사람 만나는 것과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기.
31. 북클럽 만들기
2020.12 오드리 책방이라는 브랜드로 도서구독서비스를 만들었다.
2023 @weeatbookclub을 만들어 또 한 번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다.
32. 테니스 브랜드 만들기
테니스 테니스 클럽
33. 골프 배우기
2023. 골프 생활 3년차
34. 새로운 일 배워보기
2023 작가이자 프리랜서 에디터가 되었다.
35. 칵테일 배우기
2020. 추석 칵테일 9개 배워서 야무지게 만들어먹는 중
'동백'이라는 나만의 칵테일도 만들었다.
36. 드립커피 배우기
2020.10 호비클럽 가을시즌으로 드립커피 장비를 모두 구입하고, 배웠다.
앞으로 계속계속 채우고 지우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