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멋있어서 언니인 줄 알았는데 동갑이었던 스트리트포토그래퍼 수민님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라는 이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바다 소녀 수민님이 만든 new salt 상영회가 너무 가고 싶었다. 런던, 제주도 각 지에서 진행되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아쉬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스페이스 오디티와 수민님이 만났다.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궁금할 정도로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브랜드와 사람의 만남이다.
씨네라이브러리에 들어가는 순간 인스타로만 봐왔던 수민님이 있어서 팔을 저어가며 혼자 좋아했다. 같이 찍은 사진만 봐도 얼마나 헤벌레했는지 알 수 있었다. 수민님이 직접 만든 책 'my best friend is me'와 스위밍걸 뱃지를 사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디티 토크는 처음 가봤는데 영화를 보는것 뿐 아니라 수민님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전공과 상관 없는 재능이 많은 수민님은 발표 장표 한 장 한 장 매력이 넘쳤다. 힘이 들어가지 않고, 빛과 색만이 묻어나왔다. 카메라를 항상 손에 들고 있는 수민님은 사진을 어떻게 읽어햐 하냐는 질문에 ‘사진을 읽는 2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롤랑바르트의 la chamnre claire(썅브르 끌레르, 카메라 루시다)라는 책에서 나오는 말인데,
studium(스투디움)과 punctum(풍크툼)
studium은 사회적인 context를 읽어내는 것이다. 이 사진을 보니 가난한 사회인 것 같은데 마음이 아프네.
punctum은 뭔가 모르게 나에게 콕콕 쑤시는 작은 디테일한 것들이다. 개인적인 히스토리를 가지고 사진을 읽어내는 방법.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온전히 나의 경험에 비추어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puctum이라는 말이 너무 좋아서 이 단어에 완전히 꽂혀버렸다.
늘 느끼는건데 모든 같은 것이 주어져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도 어디에 집중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두 다르다.
사진에서 '뭘 느껴야 하지'를 생각하지 말고 내가 눈이 처음 가는게 무엇인지를 따라가면 답이 나온다고 한다. 어떻게 느끼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시선의 끝이 닿는 곳도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나 살면서 느끼는 고민이나 좌절들이 있을 텐데 new salt를 통해 나는 이렇게 이겨냈고, 당신은 어떻게 느끼는 지가 궁금했다고 한다.
New salt 를 보면서 당신만의 punctum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포토그래퍼인 수민님이 사진을 찍는 순간은 자신만의 punctum이 느껴지는 순간인데, 시간이 지나면 그 punctum의 세기가 달라지고, 모양도 달라진다고, 어쩔 때는 찍고 난 뒤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punctum이 올 때도 있다고 한다.
사진을 참 많이 찍는 나도 아이폰 앨범을 보면 뭐 이렇게 하늘, 풀, 강, 사랑하는 사람들의 못생긴 모습, 친구 뒷 모습, 빨래 개는 엄마 모습, 맘에 드는 책 문장, 바닥 같은 쓸데없는 사진이 많나 싶은데 그 모든 순간이 내가 기억하고 싶은, 나에게 의미가 있는 punctum의 순간들이었나 보다.
처음 시작한 무언가의 도구를 잡는 건 너무 어색한 일이다.
도구를 잘 잡는 사람은 그 무엇인가를 익힐만큼 익혀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짜 포토그래퍼와 포저. 어떻게 구분하냐면, 어색하지 않게 카메라를 드는 사람을 찾아내면 된다.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 도구를 많이 잡아봐야 한다. 시간의 깊이는 쉬이 따라갈 수 없다.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내가 무언가에 마음이 향했을 때 일상에서 얼마나 생각하고, 행할 수 있는지?
무언가를 처음 행할 때는 당연히 쑥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하는 말에 귀를 닫고, 마음의 소리만 들어라. 주위를 둘러다보면 내가 하려는 일에 걱정이 많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를 믿어주고, 나를 응원해주고, 나를 높여주는 사람을 가까이 해야 한다. 나를 끌어 내리고, 가두는 사람을 멀리 해야 한다.
Surround yourself with only people who are going to lift you higher - Oprah Winfrey
여러분을 더욱 높이 올려줄 사람 만을 가까이 하세요.
여행과 일상의 균형이 참 어렵다. 여행을 하다보면 일상이 그립고, 일상에 있다보면 여행이 그립다. 수민님에겐 사랑이 그 사이 균형이었다고 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도 떠나면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싶은 것과 같은 마음이겠지. 떠나면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new salt 는 60분 짜리 영화였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너무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두 분의 모습에 엄마 미소를 지으면서 봤던 것 같다. 담아두고 싶은 말도, 장면도 많았는데 나중에 꼭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찌보면 같은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바다 위 배에서의 시간'들이지만 누구와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땅굴로 나를 밀어넣을 수도, 세상 따뜻한 기억을 갖게 할 수도 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다. 결국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가 중요하다.
인플루언서는 브랜드가 먼저 문을 똑똑 두드리고 들어오는 사람이면,
크리에이터는 콘텐츠, 아이덴티티,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사실, 수민님을 처음 알게 된 후 하고 싶은 게 생겼다.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랄까. 일을 하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항상 느끼는 건데 '일단 해야 한다.' 뭐든지 생각만 하는거랑 일단 하는거랑 굉장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나도 막막하지만 일단 해보고 싶은데 주변의 걱정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잘 이겨낼 수 있겠지.
수민님이 알려준 니나 시몬이 한 말이 있는데, ‘자유는 두려워하지 않는게 자유다’ 라는 말이 있다. 나의 환경을 계속 바꿔봐라. 그럼 자유를 알게 될 것이다.
꼭 요트 사서 제주도에서 스노쿨링하는 할머니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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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