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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ze Apr 06. 2021

좋아하는 것에 대한 40가지 질문 ‘호비 노트’

취미는 나를 언제고웃음 짓게할 수 있는 치트키 같은 것

호비 클럽의 ‘여름 시선’은 호비 클럽의 굿즈가 탄생한 시즌이다.

어떤 굿즈를 만들면 좋을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굴리다 가장 여름 시즌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키트를 만들었다. 그중에 가장 깊은 고민을 담았던 건 ‘좋아하는 것에 대한 40가지 질문이 담긴 호비 노트’였다. 



호비 노트만큼 호비 클럽의 시작과 맞닿아있는 물체는 없을 것이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적게 한다.

종종 질문을 던져주지 않으면,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만한 것들이 꽤나 많다.


예를 들면 어떤 시간대를 좋아하는지, 내가 무슨 단어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답을 스스로 알게 되면 꽤나 유용하다.

예를 들면, 붕 뜬 시간이 생겼을 때’ 내가 좋아하는 시간대’와 ‘장소’ ‘좋아하는 영화’나 ‘좋아하는 음악’ 혹은 ‘좋아하는 음식점’이나 ‘조용히 찾는 카페’를 잘 알고 있다면 어렵지 않게 꼭꼭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단어’나 ‘좋아하는 주제’ ‘좋아하는 행동’들을 알고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들과 좋아하는 단어를 사용한 대화를 하며, 기분 좋은 시간을 채워나갈 수 있겠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만큼 내가 ‘어떠한 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도 대답할 줄 아는 어른이고 싶었다.


호비 클럽의 여름 시즌, 그러니까 6월부터 8월까지 40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채워나가면서, 또 서로의 대답에 대해 기웃거리면서 도대체 나는,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할 기회’를 갖고 싶었다. 나를 궁금해하고, 나를 들여다봐야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었다. 일상에서 누가 ‘뭐 먹을래?’ 정도로 쉽게 물어봐주지 않는 질문들을 내가 나에게 ‘야, 너 그래서 뭐 좋아했었냐!’라고 크게 크게 물어봐줘야 하는 시간이었다.


내내 갖고 다니며 생각날 때마다 적어야 하니까 손에 들어오는 사이즈에, 앞에는 호비 클럽 스티커를 큼직하게 붙이고, ‘여름의 지혜’라는 이름을 붙였다.

계절마다, 시기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물 흐르듯 변해가고, 그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그 시기의 지혜마다 어떤 것들에 웃음을 지었는지 기록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노을이 예쁘게 지던 5월의 어느 퇴근길, 눈부시게 예쁜 한남대교를 지나 문 닫기 직전인 한남의 한 카페에 앉아 흑임자 빙수를 먹으면서 멤버들의 모든 노트에 손으로 40가지 질문을 직접 적었다. (나는 최근 가장 행복했던 날에 ‘이 날’을 적었다. 노래를 들으며 한강을 지나면서 노을을 본 날)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이 너-무 많아 40가지를 고르는 것만으로도 꽤나 어려웠다. 나름의 카테고리를 나누어 어떤 것들을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고르고 골라 40가지를 적어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다 채워지면 언제고 나를 웃게 하는 치트키 40개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무 장이나 펼쳐도 나를 웃음 짓게 하는 한 가지는 확실하게 거기 있을 테니까.


‘여름의 지혜’는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하고 싶었으며, 어떤 아이였는지 봄꽃이 모두 떨어지고, 연초록이 피어오르는 또 다른 여름의 입구에서 다시 펴봤다.




hobby note.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호비 클럽의 40가지 질문


1.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

2. 그것들을 좋아하는 이유

3. 내가 싫어하는 것

4. 내가 생각하는 나의 키워드

5. 자주 듣는 노래 3가지

6. 우울하거나 화가 날 때 기분전환을 위해 하는 것

7. 최근에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

8. 내가 기억하는 여름의 냄새

9. 여름마다 내가 꼭 하는 것

10. 이번 여름에 내가 하고 싶은 것

11. 여름에 늘 나와 함께하는 물건

12.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

13. 오늘 가장 기분 좋았던 일

14. 호비어(호비 클럽 멤버)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최애 맛집

15. 나를 표현하는 색깔

16. 내가 가장 자주 쓰는 말

17. 좋아하는 단어와 싫어하는 단어

18. 가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물건

19. 절대 팔 수 없는 소중한 물건

20. 새롭게 배우고 싶은 것

21. 매일 아침 일어나면 드는 생각

22. 언젠가는 꼭 해봐야지 하는 것

23.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나의 차이

24. 버스 vs 지하철 / 커피 vs 차 / 소주 vs 맥주 / 산 vs 바다 / 여름 vs 겨울 / 강아지 vs  고양이

25.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

26. 하루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27. 최근 소비 중 가장 사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28. 가장 좋아하는 영화

29. 여름에 가고 싶은 여행지

30. 여름에 즐겨 먹는 음식


31번 부터는 여름 시즌의 2개월이 지난 뒤에 다시 모여서 쓰는 질문들이었다.

31.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 after 2 month

32. 여름 시즌 동안 얻은 것과 잃은 것

33. 첫인상과 끝 인상이 가장 다른 호비어

34. 호비 클럽 하길 잘했다고 느낀 순간

35. 내 삶의 만족도 : ___%

36. 내 직업 = 나?

37. 내가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 순간

38. 취미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의해본다면

39. 내가 기억하는 2020 여름의 나

40. 호비어들이 __에게 해주는 말


이 중에 내가 이야기해보고 싶은 질문은 1번 질문.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다.

처음엔 다들 뭘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말 사소한 것부터 덩치가 꽤나 큰 단어들까지 ‘좋아하는 것’이라는 애매모호하고, 모든 걸 담을 수 있는 커다란 항아리 앞에서 어떤 단어부터 꺼내야 할까 망설이는 모습이 사실은 정말 귀여웠다. 심지어 ‘모든 것’이었으니 어디부터 어디까지 적어야 할지 몰라 다들 ‘엇?’ 하는 반응이다가, 이내 손이 아플 정도로 빽빽하게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내려 갔다.


나의 ‘모든 것’은 아래와 같았다.


크리스마스, 샤워하고 먹는 맥주 한 잔, 한강, 달리고 땀 흘린 뒤에 먹는 맥주, 테니스 끝나고 10시에 푸른 밤 옥상달빛 오프닝 음악 듣는 것, 우리 엄마, 바다수영, 스노클링, 수상스키, 떡볶이, 귀여운 강아지 사진, 여름날 페스티벌, 플레이리스트 공유하기, 뜨거운 햇빛 밑에 누워있기, 비행기에서 창 밖 보기, 산책, 뜨거운 커피, 일몰, 하늘, 친구들이랑 깔깔대기, 새로운 운동하기, 가족들이랑 저녁에 밥해먹기, 일 벌이기, 테니스 치기,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 사랑 표현, 따듯한 말들, 스니커즈


시간제한이 있었으니 이 정도지, 하루 날 잡고 써보라고 하면 정말 끝도 없이 써 내려갈 수 있다. 좋고, 귀여운 게 천지인 사람이니까 나는.

여름날의 바다 수영도, 맥주를 마시면서 방방 뛰는 페스티벌도, 눈 오는 크리스마스도, 매일 밤의 테니스도, 가족이랑 밥 먹고, 친구들이랑 깔깔거리는 것도 다 좋았다.

웃긴 건 위에 적힌 ‘좋아하는 것’만 봐도 그냥 황지혜다. 그냥 나 같다.


그리고 그것들을 좋아하는 이유도 웃기다. 참 별거 없이 좋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모든 것들이 좋다. 나를 평온하게 해주는 모든 것들이 좋다.


뜨거운 햇볕이랑 물속에서 느낌이랑, 물고기 보는 거랑, 다 놀고 나와서 먹는 맥주까지 마냥 행복해. 인생 별 거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한 번사는 인생인데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느끼고, 즐겁고 싶어서 돌아다니고 싶어. 추천받은 새로운 노래가 내 취향이었을 때 짜릿해. 다른 사람 생각을 훔쳐보는 기분이야. 세상에 아름다운 게 너무 많은데 이렇게 당연한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기회들이 좋아.


20분의 시간 동안 각자 대답을 적어내고, 돌아가면서 ‘나는 이걸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호비 클럽을 함께 할 멤버들을 처음 본 날인 만큼,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면 마음이 한결 가까워지리라 생각했다.


한 멤버가 가장 먼저 대답한 건 ‘그의 이름’이었다. 


“나!!!!” 내가 제일 좋다고.

 

내가 왜 ‘나’를 빼먹었지? 하는 아차 하는 마음에 모두가 허겁지겁 내 이름을 모퉁이에 적기 시작했다.


정말 아차 싶었다. 그 모든 것들을 온 마음 다해 좋아하면서, 왜 좋아하는 것을 물었을 때 ‘나’는 생각을 할 생각조차 못했을까.

그 순간이 나에게 너무 강렬하게 남아 누군가 좋아하는 걸 물으면 ‘내’가 제일 먼저 생각날 정도다.

그 모든 것에 마음을 줄 순 있지만 나 스스로에게 주는 따뜻한 애정을 이길 순 없다. 좋아하는 게 삼백 개인 나도 내가 제일 좋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모든 것에 옹졸한 마음을 갖지 않고, 치사하게 마음을 조금 빼두지 않고, 온 마음 다해 기쁘게 좋아할 수 있다.

나를 제일 좋아하는 내가 있으니 다른 일에 마음을 다 쏟아부어도 다른 감정이 들지 않고, 순수한 좋아함을 느낄 수 있다.


두 달이 지난 뒤에 다시 물어봤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 after 2 month

나는 이렇게 적었다.


날 위해 밥 잘 챙겨 먹는 거. 자기 전 이불 바스락거리면서 책 읽는 거. 완전히 사랑받는 기분. 식물 보듬는 시간. 주방 청소, 나그참파, 인센스 스틱, 내 취향 노래 우연히 만나기, 해보고 싶은 게 생기는 거, 햇빛 아래 수상스키,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햇빛, 그릭 요거트


사실 우리의 여름은 예상보다 지난했다. 코로나가 길어졌고, 재택근무에 적응했고, 바다여행 대신 집에서 밥해먹고, 책을 읽는 일상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에너지를 외부로 쏟지 않고, 모두 나에게 돌려 집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나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며, 단단해져 감을 느꼈던 것 같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다른 멤버들의 대답도 소소하고, 평안했다. 왁자지껄하고, 다이내믹한 여름이야기는 없었지만, 일상 안에서 소소하게 나에게 집중하고, 일상을 단단하게 꾸려나간 시간이 두 달 안에 꽉꽉 차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우리가 함께 해온 ‘필름 카메라’와 ‘책 읽기’가 함께 끼어있어, 우리의 2020 여름은 슬프게만 기억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지난여름 교통사고에, 물놀이 사고에 입원을 했다가, 몇 달 동안 병원을 다녔고, 지금은 다리 구석구석에 큰 흉이 나있다. 그래도 슬프게 기억되기보다 나를 더 잘 알게 된 여름이었던 것 같다. 우리 멤버 중 한 명은 ‘혼자였던 계절이지만, 나 자신에게 집중했던 시간’이라고 그 시절 여름을 표현했다.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호비 노트 뒤편부터는 좋아하는 것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적기도 했다. 한 날은 이렇게 적었다.


사람의 스타일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내가 평소에 먹는 음식과 환경, 침구와 책, 향기와 냄새, 입는 옷과 신발. 마냥 좋은 거 말고 나한테 좋은 거. 나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내가 가장 잘 알아야 한다. 좀 더 전문적으로 일하고, 공부하고, 나만의 시각과 스타일을 가지자. 아이유는 이효리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저 좋은 점을 닮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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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시즌 동안 우리는 멤버들이 스스로 정의한 ‘취미’라는 단어 안에서 우리는 함께 2개월을 만들어나갔다. 

38번. 취미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의해본다면?


내가 시간이 있을 때 그 시간을 채우고 싶은 무언가. 잘하지 않아도, 자주 하지 않아도 괜찮고, 그저 좋은 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모든 것.
나를 조금 더 재밌게,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
우연히 관심이 가서 했는데 계속 좋아서 하게 되는 것.
내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것.


‘취미’라는 단어가 그렇다. 자기소개서에서 종종 만나와서 그런지 괜히 어렵고, 딱딱하고, 독서나 영화보기 외에는 어떤 종류의 단어를 밀어 넣어야 하는지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근데 사실 여러분이 집에서 커피 내려마시는 시간에 행복을 느낀다면, 식물에 물 주면서 뿌듯함을 느낀다면, 필름 카메라를 챙겨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을 찍어주는 것에 사랑을 느낀다면 그 모든 게 취미다.


자유 시간을 흥미롭고 알차게! ‘취미’의 사전적 의미다.

그냥 시간이 생겼을 때 ‘즐거움을 얻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들인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혼자 스스로를 마주하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취미’라는 것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 시기의 좋은 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우리 모두 너무 바깥 이야기에 관심을 갖느라 바빴다. 핫한 카페와 맛집을 다니면서, 친구들은 뭐하고 지내는지, 요즘 트렌드는 뭔지, 그래서 주식은 언제 빠져야 하는지.

그런 외부의 소음들에서 차단되어 ‘집’에서 오롯이 ‘혼자’ ‘나만의 시간’을 채우는 노력을 하면서 우리 모두 스스로에 대해서, 그리고 함께 사는 가족들에 대해서 조금은 더 알게 되고,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 관심을 가져주기 시작했다.


취미란 별 거 없다. 당신을 웃게하는 것이다.
40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서 나를 웃게하는 건 무엇이 있는지 ‘행복 치트키 40개’를 만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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